24. 스물네 번째 날 ; 2015. 11. 12(목).
◌ 데스 벨리에서 요세미티로 출발하다.
오늘은 아마도 운전해야하는 시간이 가장 오래 걸릴 것으로 생각하고 다른 때 보다 일찍 아침 8시 15분에 출발했다. 어제께 저녁에 연료를 가득 채웠으니 연료 걱정은 없다. 어제 저녁에 아무래도 오늘의 운전 일정이 걱정이 되어 지도와 GPS를 확인해보니 지도상으로 최단 거리는 600여 km이고 GPS가 가리키는 것은 800km가 넘는다. 그래서 GPS가 가리키는 쪽으로 도중에 숙소를 하나 확인해두고 GPS가 안내하는 대로 가기로 했다.
캘리포니아 주를 들어서니 황량한 미국의 넓은 들판이 초록색을 변하기 시작한다. 도로 양 옆으로 녹색 나무들이 무성하게 나타난다. 녹색이 사람의 눈을 가장 편하게 만든다던데 정말 녹색 푸른 나무들을 보니 한결 마음이 편안해 진다.
4∼5 시간을 달려가니 출발할 때 가득 넣었던 연료도 반으로 줄어들고 점심시간도 다되고 하여 주유소가 나오면 쉬기로 하고 한참을 더 달렸다. 마침 가는 방향으로 주유소가 나와 연료를 가득 넣고 아내는 멀리 햄버거 간판을 보고 5∼6분 거리에 있는 곳까지 가서 수제 햄버거를 사왔다. 배가 고파서 그런지 내가 먹어본 햄버거 중 제일 맛있었다.
시간은 저녁 6시 30분 – 출발한지 10시간 만이다. 깊은 산속이라 그런지 한 밤중이다. 내가 우리나라에서 진부령, 새 도로가 나기 전 미시령, 옛 대관령길, 강원도 동해시의 백봉령길, 삼척에서 두타산을 거쳐 태백으로 가는 댓재, 죽령 , 이화령을 모두 넘어보았지만 요세미티를 찾아가는 길처럼 위험한 길은 난생처음이다.
아내와 운전을 교대해서 아내가 2∼3 시간을 더 운전하고 다시 내가 운전대를 잡았다. 600여 km 쯤 달렸는가 갑자기 GPS가 진로를 못 찾는다. 우리 차도 시속 100km 이상으로 달리고 주위 차들도 시속 100km이상으로 씽씽 달린다. 급히 차선을 바꿀 수도 없고 안절부절 하였다. 이럴 때는 빨리 이 지역을 멀리 벗어나야 한다.
GPS가 왜 그런지 이유를 모르겠다. 이곳 도로를 최근에 공사한 지역이라 업그레이드가 안 되었나? 별 생각을 다하며 이 지역을 멀리 벗어나니 다시 경로를 찾아 준다.
한참을 헤매다 보니 연료도 반으로 줄어들고 좀 쉴 겸 주유소를 찾아 연료를 넣고 사람들에게 불어보니 아직도 1시간 30분은 더 가야한다는 것이다. 아내는 어제 확인한 숙소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왔으면 좋았을 것을 무리하게 왔다고 잔소리를 한다.
내 생각에는 좀 무리를 하여서라도 하루 만에 요세미티로 오면 샌프란시스코에서 3일의 여유가 있어 편하게 여행 마무리를 할 수 있을 것 같아 좀 무리를 한 것이 이렇게 고생할 줄이야 꿈에도 몰랐다.
오후 5시가 되니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어디가 어딘지 전혀 모르겠는데 산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다. 급이 굽이 커브길, 오르막 내리막을 수없이 반복한다. 완전히 어둠이 주위를 뒤덮어 이젠 전조등 하나만 의지하고 운전을 해야 했다.
간혹 우리 차를 추월하는 차가 한 두 대 있어 그나마 위안이 된다. 다 왔는가 싶으면 몇 km 직진하라고 한다. 그런 반복을 몇 번하다가 곧게 뻗은 도로에 다시 나오게 되었다. 또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이러다가 오늘 숙소를 못 찾는 것이 아닌가 하고 말이다.
GPS상에는 387km, 구글 지도상에는 최단 거리 667km(소요시간 ; 7시간 8분)를 가리킨다. 그러나 이 수치만으로는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 몇 km를 운전해야 되는지를 정확히 알 수 없다.
구글 지도는 이 책을 쓰는 시점에서 다시 확인 한 것인데 내가 처음 여행 계획을 세울 때보다 한 단계 더 Up Grade가 된 것 같다.
우리가 GPS를 구입하여 운전 조건을 입력할 때 최단시간이 걸리는 경로를 선택하도록 입력해 놓았기 때문에 아마도 고속도로가 포함된 최단 경로를 선택할 것으로 알고 있었다.
앞에서 GPS가 갑자기 길을 잃어버린 일이 있다고 했는데 아마 그 때 길을 잘 못 인도했는가? 우리 차가 예상했던 경로가 아닌 120번 도로인 New Priest Grade Rd로 달린다. 위 지도상으로 보아도 New Priest Grade Rd가 굴곡이 심한 위험한 도로인지 알 수 있다.
New Priest Grade Rd 도로는 7.2km인데 굴곡이 많은 아주 위험한 도로다. 캄캄한 밤에 시속 30km 이하로 조심스럽게 달렸다. 캄캄한 밤에 아내와 단 둘이 타고 20∼30분 넘게 산길을 넘었으니 겁도 많이 났다.
하지만 그 때는 겁먹을 마음의 여유도 없이 어떻게 이 산길을 벗어날 수 있을까만 생각하고 그냥 앞만 보고 달렸다. 아무 사고 없이 지금 내가 책상머리에 앉아 여행기를 쓰고 있는 것이 꿈만 같다.
그래도 의지할 것은 GPS밖에 없다. GPS가 안내하는 대로 갈 수 밖에 없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길을 조심조심 달리다보니 도로 한가운데서 목적지 도착이라고 한다. 주변을 살피니 집들이 보인다.
숙소에 check in하러 들어가서 우리는 내일부터 2박을 예약했는데 오늘 하루 일찍 왔으니 하루 일찍 나가겠다고 했더니 흔쾌히 그러라고 한다. 그렇게 되면 우리가 토요일에 check out하니 주말이 되니 호텔 측에서도 손해될 것 같지 않은 모양이다.
아내는 저녁 식사가 걱정되어 직원에게 물으니 10여분 내려가면 마트가 나온다고 말한다. 무조건 오른쪽 차선을 따라가면 마을이 나온다는 것이다.
미지의 나라 미국에 와서 그것도 캄캄한 밤에 차를 갖고 길을 나선다는 것이 썩 마음에 내키지는 않았지만 식사를 책임지고 있는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짐을 옮기고 바로 차를 돌려 마트를 찾아 나섰다.
10분은커녕 그 이상을 달려도 마을이 나오기는커녕 불빛조차 보이지 않는다. 아내의 잔소리를 무시하고 차를 돌려 숙소로 돌아왔다.
8시나 되어서 다시 숙소에 돌아와 LA에서 사온 햇반과 라면으로 저녁식사를 했다. 다행이 데스 벨리에서 빈 왼쪽 다리의 통증이 많이 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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