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프란시스코 아시스 성당은 타오스에서 약 10여분 거리인 6∼7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GPS에 주소 검색이 안 되어 사방을 살피며 조심스레 운전을 했다. 10여분 달리다 보니 왼쪽으로 지붕에 십자가가 보이는 성당이 나타난다. 얼른 좌회전 하여 성당을 향해 차를 몰았다. 일요일인데도 성당에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 성 프란시스코 아시스 성당 -
성당 주변 적당한 곳에 차를 세우고 기념사진도 찍고 조심스레 건물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성당 출입문을 살며시 열고 안을 들여다보니 기도하는 사람은 한사람도 눈에 띄지 않았다. 그 와중에 아내는 문 앞에 서서 두 손을 합장하며 기도한다. 나는 아내보고 헌금이라도 내고 기도해야 복을 받지 공짜로 기도하면 하느님의 은총을 못 받는다고 농(弄)을 건넸다.
성 프란시스코 아시스 성당은 약 200여년 전에 지은 건물로 당시 뉴멕시코 지방의 스페인 미션 양식을 그대로 보여준다. 어도비의 황토빛 나는 성당건물과 지붕위의 흰 십자가 그리고 하얀 뭉게구름이 함께 어우러진 푸른 하늘은 한 폭의 구림과 같이 아름답다.
다음은 산타페로 향했다. ‘산타페(Santa Fe)’ - 한국 사람들의 귀에 너무 익숙한 이 이름도 ‘투싼’과 같이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이다. 자료를 찾아보니 현대자동차가 2000년에 출시한 ‘SUV 싼타페’가 바로 이 도시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는 것이다.
산타페(Santa Fe)는 미국 뉴멕시코 주 중부에 있는 400년의 역사를 가진 뉴멕시코 주의 주도(州都)로 2010년 통계에 의하면 도시 인구는 7만6천명 정도이다. 이 도시는 스페인 사람들이 가지고 온 건축 양식과 원주민인 푸에블로 인디언의 어더비 건축 양식을 합쳐서 새로운 미를 표현하는 푸에블로 리바이벌 건축양식으로 지은 어도비(Adobe) 집들의 고풍스런 매력이 있어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다. 산타페는 '거룩한 믿음' 또는 '성(聖)스러운 신앙'(Holy Faith)을 뜻하는 스페인어 지명이다.
어도비(Adobe)는 모래와 진흙에 물을 섞어 넣은 후 짚이나 섬유 등을 섞어 만든 건물용 천연건축자재이다. 이 자재를 가지고 햇볕에 말려 만든 벽돌이 어도비 벽돌이고 이 어도비 벽돌을 차곡차곡 쌓아올려 만든 건물이 어도비 건물이라고 한다. 새파란 하늘과 대비되는 황토 빛 어도비 건물들의 조화가 미국에서 가장 이국적인 도시 풍을 만들어내고 있다.
우리 옛 조상들이 볏짚을 흙에 섞어 만든 토담집은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하다. 이처럼 이곳 인디언들의 어도비라는 천년건축자재로 만든 어도비 건물이 우리의 토담집과 비슷하다니 마냥 신비로울 따름이다.
산타페의 총독청사의 주소를 GPS에 입력하고 주위풍광을 구경하면서 국도와 지방도를 신나게 달렸다. 지방도는 중앙분리대가 없는 곳이 많아 좀 위험하지만 조심스레 운전했다. 총독청사건물에 도착했으나 주차가 걱정이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도로변 주차 구역에는 모두 차들이 꽉 차 있다. 조심조심 천천히 도로를 따라 이동하는데 갑자기 50여m 앞에 차 한 대가 빠져 나간다. 얼른 그곳으로 다가가서 차가 빠져나가기를 기다렸다가 차를 주차구획선 안에 넣고 주차비를 정산하려는데 무인 정산기가 안 보인다. 바로 그 때 우리가 주차한 곳의 앞 건물에서 직원인 듯 한 중년 여성이 나온다. 아내가 얼른 다가가 주차비 정산을 어떻게 하느냐고 물으니 “오늘은 일요일이라 무료”라는 것이다. 주차비 $10은 벌었다. 공짜라니 기분이 좋다.
산타페는 수많은 갤러리와 다양한 공방들과 민속공예품점들이 많이 있지만 우리는 갈 길이 멀어 1960년에 완공된 총독청사와 청사 주변의 아메리칸 인디언들의 노점상들을 둘러보는데 만족해야만 했다.
- 총독 청사 정문 -
- 아메리칸 인디언들의 노점상 거리 -
총독청사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관공서 건물로 지금은 역사박물관으로 이용되고 있다. 이 곳 역사박물관은 산타페와 뉴멕시코는 물론 미국 남서부의 전반적인 역사를 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들이 수집되어 있는데 제대로 보려면 하루도 부족할 것 같다. 오늘 저녁 8시까지 해가 있는 동안 숙소에 도착해야 되기 때문에 우리는 청사 외곽만 보고 기념사진 몇 장 찍고 가려고 했다. 갑자기 화장실을 가고 싶어 주변을 살펴보니 화장실이 안 보인다. 할 수 없이 안내 데스크에 앉아있는 남자 직원에게 다가가서 “화장실이 어디 있느냐?”고 물으니 “건물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한다.
- 총독청사 내부 정원-
우리가 관광객인줄 알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 화장실을 이용하라”고 친절히 안내하면서 “구경은 하지 말라”고 한다. 나무로 된 육중한 문을 밀고 들어가 화장실을 찾아 볼일을 보고 나오면서 막 나가려는데 아내가 휴대폰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몇 장 찍으라고 한다. 좀 미안한 생각이 들었지만 공짜로 건물 벽에 있는 그림과 가운데 정원을 배경으로 얼른 사진을 찍었다. 구경하지는 말라고 하였는데...,
그래서 우리는 구경은 하지 않고 사진만 몇 장 찍어 나왔다.
총독 청사를 더욱 유명하게 만든 것은 건물 주변에 있는 아메리칸 인디언들의 노점상들이다. 1930년대부터 지금까지 같은 자리에서
자신들이 직접 만든 수공예품을 가지고 와서 판다고 하는데 주변을 둘러보니 볼거리가 아주 많았다.
아메리카 신대륙의 원주민들을 몰아내고 주인이 된 백인들이 원주민들을 배려하는 역사의 아이러니한 일면을 보는 것 같아 어쩐지 씁쓸한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