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방 3원칙
보고도 못 본 척,
들어도 못 들은 척,
물어도 모르는 척
꽤 오래전 크리스마스 겸 송년 댄스파티에 참석한 일이 있었다.
연말 파티라서 그런지 동호인들이 너무 많이 참석하여 플로어에서 도저히 춤 출 수가 없었다.
그래도 한 두 번은 추어야 했기에 나의 파트너인 아내의 손을 잡고 플로어에 나가 심수봉의 겨울나그네 리듬에 맞춰 LOD를 따라 홀을 돌아가는데 사람 사이로 초등학교 친구 부인이 다른 신사와 춤을 추고 있었다.
나는 얼른 보고도 못 본 척 얼굴을 돌렸다.
친구 부인도 나를 보았는지 알 수는 없다.
암튼 나는 친구 부인을 못 본 것이다.
그 후로는 플로어에 친구 부인이 춤추는 것을 볼 수 없었다.
한 참 후에 아내와 화장실을 갔는데,
그 곳 화장실 입구에서 친구 부인이 누굴 기다리는 것 같았다.
순간적으로 부닥친 일이라 외면할 수 도 없어 얼떨결에 인사를 나눴다.
반가움도 잠시 친구 부인이 우리 부부한테 간곡한 부탁을 했다.
절대로 자기 남편한테 오늘 일을 이야기하지 말란다.
자기 남편이 자기가 춤추러 다니는 것을 전혀 모른다는 것이다.
그 부탁을 하려고 아까부터 여기서 우리부부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
우리는 절대로 이야기 하지 않을 터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시키고 헤어졌다.
그 후로 춤 세계서든 다른 곳에서든 한 번도 친구 부인을 만난 일이 없었다.
어느 해 연말 그 친구가 부부끼리 한 번 만나 저녁식사라도 하자고 했다.
그래서 나는 연말에는 서로 바쁘고 또한 춥기도 하니까
꽃피는 봄에 부부끼리 만나 식사라도 하지고 하며 일단은 서로 만나는 것을 모면했다.
부부끼리 만난 경우 친구부인이 안절부절 민망해할까 봐 우선은 그렇게 미뤘다.
혹시라도 대화중 무의식적으로 춤 이야기가 나오면 친구부인이 얼마나 당황해할까 걱정이 되어서였다.
꽃피는 봄이 와 친구가 식사라도 하자면 어떻게 할까?
뭐 그 때는 그 때가서 고민하지...
핑계거리가 없으면 내년 봄에는 꽃이 안 피간디?
꽃은 후년 봄에도 피고
내 후년 봄에도 피고...
'댄스스포츠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CBMP와 CBM의 차이 (0) | 2016.07.06 |
---|---|
단체반 수업을 받는 학생들이 댄스스포츠의 요령을 쉽게 터득하는 방법 (0) | 2016.05.15 |
춤추는 사람은 말을 조심해야 한다. (0) | 2016.04.09 |
친구의 사교춤 실력을 심사하러 콜라텍을 가다 (0) | 2016.03.19 |
댄스의 자세(Poise) (0) | 2015.12.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