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스포츠 이야기

친구의 사교춤 실력을 심사하러 콜라텍을 가다

장호열 2016. 3. 19. 08:42

친구의 사교춤 실력을 심사하러 콜라텍을 가다.

강남의 어느 평생학습관에서 모던 수업 휴식시간에 같이 댄스레슨을 받는 친구가 오늘 저녁 초등학교 동창이 만나자고 하는데 시간이 되느냐고 묻는다.
“왜 갑자기 만나자고 그러는데...”
또 다른 친구가 해외근무 중 휴가를 나왔다고 하면서 “소주에 삼겹살이나 하자고 연락이 왔다”고 한다.

“어디서?”
“영등포역 롯테리아에서 6시에 만나자고 하네..”

수업이 끝나고 영등포역으로 가서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났다.
가까운 삼겹살집에 가서 소주한잔하면서 이야기꽃을 피웠다.

이야기하다가 한 친구가 요즘 사는 것이 너무 행복하다고 한다.
젊어서 돈을 좀 벌었는데 이젠 좀 쓰고 살아야겠다는 것이다.
이제부터 돈을 써봐야 10년 남짓 밖에 돈 쓸 수 있는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오늘 저녁은 자기가 산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일주일에 2∼3번 골프 치러 가고 아내와는 탁구도 치고...
틈틈이 콜라텍에 춤도 추러간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기의 춤 실력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랑한다.

요즈음 콜라텍에 춤추러 가면 사모님들이 손을 잘 안 놓는다고 하면서 어떤 때는 안면 있는 사모님들이 “오빠 손 한번 잡아줘”하면서 반겨 맞아준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농담 삼아 “혼자만 즐기지 말고 우리도 한번 데리고 가봐.”라고 했더니 “그럼 오늘 당장 콜라텍에 놀러 가자”고 한다.

“지금 몇 신데?”
벌써 저녁 8시가 넘었다.
“콜라텍 다 문 안 닫았어?”하니까 그 친구 왈 “지금 이 시간에도 하는 곳이 있다”고 한다.
“그래 가보자”
“오늘 자네 춤 솜씨를 한번 봐야겠네”하면서
친구들 보고 “우리 저 친구 춤 실력이 얼마나 되는 지 심사보러가자”고 했다.
모두 OK다.

함께 전철타고 두 정거장 가서 디지털 단지역(옛 구로공단)에서 내려 친구 따라 어느 한 콜라텍을 들어갔다. 그 친구 사는 집이 이 근처라 걸어서도 자주 놀러 온다고 한다.
그런데 손님이 거의 없다.
그래서 내가 친구들에게 “집에 가자”고 했다.
그 친구가 “아니야 one two three에는 사람이 많다”고 하면서 그리로 우리를 데리고 갔다.
밤 9시가 다 되었는데 강남고속버스터미널 대합실 같이 사람들이 북적거린다.

내가 “심사 본다”고 하니까
저녁식사에 입장료, 옷 가방, 신발 보관료까지 그 친구가 몽땅 지불했다.

이런 춤 심사는 자주해야겠다.

밤 9시가 넘었는데 홀 안은 많은 사람들이 모두 자기의 춤 실력을 마음껏 발휘하면서 즐겁게 춤을 추고 있다. 나는 콜라텍의 밤 풍경이 하도 신기하여 한 바퀴 쭉 둘러보았다.

출입구 쪽 사댄영역에는 사교춤 대가들이 지루박 부르스를 즐기고 있고
안쪽 스댄영역에선 자이브 룸바 왈츠를 즐기고 있다.
밤이라서 그런지 경계 같은 것은 보이지 않은데 춤추는 사람들이 알아서 한쪽에선 사교춤을 다른 한쪽에선 댄스스포츠를 즐기고 있다.

지루박 음악이 그것도 메들리로 흘러나온다.
그 음악에 맞춰 보도 듣도 못한 자이브의 현란한 몸동작을 연신 구가한다.
대한민국의 자이브 대가 들이 다 모인 것 같다.
그래 이것도 춤을 즐기는 방법의 하나다.
나는 단체반 레슨에서 늘 베이직은 어떻게 추는가 하면서 통합루틴을 배우고 있다.

부르스 음악에 룸바춤을 춘다.

리듬에 맞춰 그것이 느리면 룸바춤을 추고 그것이 빠르면 자이브 추고...
춤을 즐기는 사람들을 보니 딴 세상을 보는 것 같다.
즐기면서 운동효과도 볼 수 있으니 이런 것을 일석이조라 한다.

지르박 음악보다는 조금 느린 트로트 음악이 나온다.
모든 사람들이 약속이나 한 듯이 왈츠를 춘다.
이 사람들이야 말로 춤의 대가들이다.
나는 도저히 이 음악에 맞춰 왈츠를 출 수 없는데 잘도 춘다.
좁은 공간에서 이리저리 사람들을 피하면서 정말 잘도 춘다.

이 정도의 콜라텍 분위기를 파악했으니
친구의 춤 실력을 심사해봐야겠다.

친구가 어디론가 휴대폰으로 전화하는 가 싶더니 잠시 후에 청바지 입은 날씬한 사모님 한분이 우리 일행 앞으로 온다. 어두운 실내지만 이목구비가 확연히 들어난다. 머리도 짧게 파마하여 나이도 어려보이고 교양미가 물씬 풍겨 나온다.

그 친구 보러 먼저 추라고 했다.
파트너이니 첫 춤은 파트너와 추는 것이 관행이니 어서 추라고 반 강제로 홀로 밀어 넣었다.
옛날의 버벅대던 그 친구가 아니다.
몸놀림이나 발 움직임 팔 동작이 완전히 프로 선수 수준이다.
장족의 발전을 했다.

지루박의 손놀림이 아주 현란하다.
살사춤의 팔 동작을 연상케한다.
지루박 음악에 부르스를 추기도 하고.....
음악을 자유자제로 사용한다.

여러 곡 춤을 추고 나온 그 친구에게
정말로 잘 춘다.
이젠 제비의 반열에 올라도 된다고 극찬했다.
사교춤에 관한한은 나보다도 월등히 잘한다.
자네의 춤 실력을 인정한다고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칭찬을 해주었다.
친구가 기분이 매우 좋은 모양이다.
그 친구가 나에게서 인정받은 것에 대해 흐뭇해하는 이유가 있다.
그 친구 나름대로 내가 춤 전문가인 걸로 착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친구와 이야기하는 사이 우리 앞으로 부킹걸이 왔다 갔다 하면서 우리 남자들의 위아래를 힐끗힐끗 처다 본다. 부킹걸들의 시력은 2.0은 되는가 보다. 실내조명이 어두운 콜라텍 안에서도 사람의 키, 나이, 옷 모양새 등을 한눈에 파악하는 것 같다.

다행히 오늘은 왈츠와 룸바의 수업이 있어 댄스복을 입고 왔기 때문에 부킹걸의 눈에 들어나 보다. 늦은 시간인데도 잠시 후 부킹걸이 나의 손목을 잡아끌면서 사모님 한분을 부킹해 준다. 첫눈에 들어온 사모님 모습은 키는 내가 춤추기에 딱 맞고 머리는 약간의 짧은 생머리 스타일이고 청바지에 흰 스웨터 차림이다. 화장빨에 조명을 받아서 그런지 몰라도 얼굴도 예쁘고 손을 잡자마자 나에게 말을 걸며 여기는 아는 사람이 있으니 저 속으로 들어가자고 한다.

정말로 아는 사람이 있어 안으로 들어가자는 걸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어서일까?

뭐 그이유야 어쩧튼 사모님이 하자는 대로...
마침 부르스 음악이 나와 춤을 추면서 사모님을 안쪽으로 리드했다.
물론 나는 친구처럼 지루박의 현란한 발동작이나 손동작을 할 줄 모른다. 그러나 사모님을 성의껏 박자를 맞추며 되도록 편안하게 춤을 출 수 있게 리드했다.

지루박 한곡, 부르스 한곡, 트로트 한곡씩 순서대로 몇 번 흘러나온다.
이번에는 지루박 메들리가 나온다.
사모님 목덜미가 땀으로 흠뻑 적어있다.
지루박 음악에 부르스 스텝을 추면서 사모님을 좀 쉬도록 배려했다.

음악이 끝나자 슬그머니 손을 빼면서 좀 쉬겠다고 한다.
그런데 손빼는 것이 약간 미련이 있어 하는 느낌이다.
손을 확 빼는 것이 아니라 손을 잡은 채로 쉬겠다고 한다.
마침 부르스 음악이 나와 다시 그 녀의 손을 끌어 잡으면서 의자가 있는 곳 까지 모셔드리겠다고하니 그녀는 살포시 나의 품안으로 안겨들었다.
그래서 부르스 한곡을 추면서 의자 있는 곳까지 그녀를 데려다 주고 즐거웠다고 인사하고 손을 놓았다.

플로어를 나오니 밤10시 10분이다.
그런데도 아직 춤추는 사람들이 홀 안에 많이 남아있다.
저 사람들은 밤 세도록 춤을 추는 걸까?

아직도 우리사회에는 춤에 대한 시각이 곱지 않은 면이 없지는 않지만 오늘 콜라텍에 와서 음악에 맞춰 몸을 현란하게 움직이는 중장년 노인층까지 보면서 느낀 것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보험료는 많이 절약될 것 같은 생각은 든다.

춤의 보급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앞장서야 될 것 같다.
하기야 요즘에 지방자치단체별로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지역주민을 상대로 무료로 라인댄스 또는 방송댄스 같은 것을 보급하고 있는 것을 보면 춤과 건강은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국가가 늦게나마 깨달은 것이 천만 다행이다.

또 주민센타나 각종 지자체의 체육센타에 댄스스포츠외에 웰빙댄스라고 하는 사교춤을 가르치고 있다.

왜 옛날에는 춤추는 사람들을 단속하여 닭장차에 실어갔는지....
지금이라면 상상도 못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