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대륙횡단 자동차 여행

5. 미국대륙횡단 여행기 2 ; 둘째 날 : 2016. 5. 26(목) - 불사조의 도시 피닉스로 출발하다

장호열 2016. 11. 23. 08:35

2. 둘째 날 : 2016. 5. 26(목).

◯ 불사조의 도시 피닉스로 출발하다.

지난 밤 잠을 설친 탓인지 깨어보니 아침 9:50이다. 호텔에서 아침 제공 시간이 9:30까지라는데 가보니 음식은 다 떨어졌고 손님들이 먹다 남은 빵 몇 조각과 오트밀과 우유로 겨우 아침을 해결했다. 시내에서 점심식사용으로 햄버거 2개를 사고 주유소에서 연료를 가득 넣고 12시가 되어서야 불사조의 도시 피닉스로 향하여 출발하였다.

필자가 2015년 10월 처음 미국을 Road Trip할 때 그랜드 캐니언을 다녀오면서 천관우 작가의 그랜드 캐니언 기행기 “K형에게”를 ‘미국대륙횡단(출판사 부크크)’이라는 책을 쓰면서 책 속에 일부를 소개한 적이 있다. 그 내용 중에 불사조의 이름을 지닌 피닉스라는 도시가 나온다. 내가 고등학교 다닐 때 국어교과서에서 읽은 기억으로 나는 그때 거대하고 기이한 대 협곡(Grand Canyon)보다는 피닉스(Phoenix)라는 말에 가슴이 더 설렌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불사조(不死鳥)! 도대체 어떤 새이기에 불사조라고 할까? 머리에는 화려한 빛깔의 깃털이 있고 목 주위에는 금빛 깃털, 몸통은 보라색이고 꼬리는 장미 빛을 가진 그리고 아름다운 소리까지 내는 500년이나 산다는 고대 이집트의 신화에 나오는 새를 상상만 해 도 가슴이 설레지 않은가? 더군다나 피닉스는 자신의 생명이 다할 무렵에는 향기로운 식물과 나뭇가지를 물고와 삼나무 숲이 우거진 숲으로 날아가 둥지를 틀고 거기에 불을 붙여 몸을 태우며 죽으면 거기에서 새로운 불사조가 다시 탄생한다고 한다. 이렇게 피닉스는 죽음과 부활을 반복하며 영원한 삶을 이어가는 것이다.
  

어쩌면 생명이 유한(有限)한 인간의 영생불사의 꿈을 이렇게라도 상상의 동물을 만들어 갈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렇다면 고대 이집트 신화에 나오는 피닉스(불사조)와 애리조나 주의 피닉스라는 도시는 어떤 관련이 있을까? 솔트 강변의 반건조지대에 위치한 이 도시는 루스벨트 댐을 비롯한 여러 댐에서 물을 끌어대어 관개(灌漑)사업으로 발달한 도시다.
  

1867년 남북전쟁 참전용사였던 잭 스윌링(Jack Swilling)이 이 지역에 들어와서 운하를 건설하고, 농작물도 수확하게 되었으며, 마을도 세워졌다고 한다. 스윌링의 동업자인 필립 대럴 더파(Phillip Darrell Duppa)는 이곳의 선사시대 유적인 호호캄에 매료되었다고 한다. 그는 불 속에서 다 탄 후 그 재 속에서 다시 살아 날아오른다는 전설의 새 불사조(피닉스)처럼 “솔트 리버 도시가 고대 문명의 흔적에서 새로운 도시 피닉스처럼 솟아오를 것이다‘라고 예언했다. 그의 예언대로 피닉스는 인구 150만을 넘는 애리조나 주의 주도로 발전하였다.

고속도로로 진입하니 이번엔 ‘400km 직진하는 경로입니다‘라는 안내가 나온다. 1시간 남짓 달리다가 Rest Area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잠시 스트레칭과 팔굽혀펴기를 하며 휴식을 취한 다음 아내가 운전대를 잡았다. 200km를 달려도 Rest Area가 안 나온다. 아내가 졸음이 오고 힘들다고 한다. 위험하지만 고속도로 갓길에 차를 세우고 아내와 운전 교대를 했다.

 

                                                    - 피닉스로 가는 고속도로 -

   캘리포니아 주에서 애리조나 주 경계를 넘으니 검문소가 나온다. 동부 북부 서부 쪽은 고속도로 상 검문소가 없었는데 남부에는 검문소가 있다. 나중에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남부에는 미사일 기지 등 주요 군사기지가 많고 또 국경지대가 가까워 멕시코 인들의 불법 월경자들을 단속하기 위해 검문소가 여러 곳에 있다고 한다. 우리처럼 주 경계를 넘어 여행하는 사람들은 필히 여권을 챙겨야 한다.

 

                                               - 사막을 가로 질러서 달리다 -

우리보고 “미국인이냐?” “어디를 가느냐?”고 묻는다. 아내가 유창한 영어로 “우리는 한국인이다” “‘마이애미로 간다”하니까 “플로리다?”하고 반문한다. 아내가 “그렇다”고 하니까 선글라스를 낀 험상궂은 얼굴에 미소를 띠면서 우리보고 가라고 손짓한다. 미국은 너무나 커서 같은 도시 명을 여러 주에서 사용하기 때문에 확인 차 그런가 보다.

 

                           - 곧게 뻗은 고속도로 옆으로 끝없이 긴 열차가 달린다. -

   황량한 사막으로 둘러싸여 있는 고속도로를 제한 속도 75mile인데 80, 90mile 과속으로 달린다. 그렇게 달려도 속도 감각이 없다. 샌디에고에서 피닉스 까지는 구글 지도상 570km, 특별한 교통사정이 없다면 5시간이 조금 더 걸린다.
  

늦게 출발한 탓인지 저녁 6시가 다 되어서 호텔(217 West Osborn Road, Encanto, Phoenix (Arizona), AZ 85013, Extended Stay America)에 도착했다. 체크인 하고 짐을 들여 놓고 주방 시설을 점검하는데 전기 버너가 고장 나 있다. 고장이라기보다는 결합부분이 빠져 있다. 잘 끼워 맞추면 될 것 같은데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 혹시 전기 합선이 될까봐 걱정되어 아내보고 프론트에 가서 알아보라고 했다.
한참 후 아내가 어느 덩치 큰 남자와 함께 들어온다. 나는 덩치 큰 남자가 이 호텔의 직원인줄 알았는데 나중에 아내가 그 남자는 사우스 다코다에서 온 여행객이라고 한다.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으니 프론트 직원이 그냥 끼워 놓으면 된다고 하면서 자기도 할 줄 모른다고 아주 불친절하게 말하더라는 것이다. 옆에서 듣고 있던 그 남자가 그러면 자기가 도와주겠다고 하여 모셔온 것이라고 한다. 그 여행객이 버너를 그냥 끼워놓고 됐다고 한다. 자기도 전에 한번 이런 일을 당해 본 적이 있어 그 방법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호텔직원이 청소를 하고 제대로 결합을 해놓지 않아 이런 일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연거푸 “Thank you! Thank you!”하면서 고마움을 표시하였다.
  

오늘은 본래 피닉스 도시에서 얼마 안 떨어진 엥칸토 공원을 구경하기로 했는데 너무 늦게 출발하여 도착시간이 늦어지는 바람에 오늘 관광 계획은 취소해야만 했다. 차를 몰고 호텔 인근의 Grocery Store를 찾아갔다. 작년 10월 처음 미국에서 로드 트립을 하면서 시내 운전할 때는 많이 힘들었지만 이번 2번째는 그 때의 경험이 있어 퍽 수월하다.
  

Grocery Store 한편에 Drug Store가 있다. 진열장을 보니 비타민 등 각종 영양제가 50% 세일 한다. 아내는 비타민 C, 멜라토닌 등 몇 가지를 골라 카운터에 가서 계산하니 $90이나 나온다. 아내가 “50% 세일인데 왜 이렇게 비싸냐?고 하니까 직원이 Grocery Store의 고객 카드가 있어야 할인해 준다는 것이다. 아내는 즉시 취소하고 Grocery Store의 고객 센터에 가서 회원 가입을 하고 즉석 카드를 만들어 왔다. 직원이 엉터리 주소를 입력해 카드를 만들어 주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50% 할인가격으로 구매 할 수 있었다. 물론 아내의 유창한 영어 실력 덕분에 $45이라는 돈을 절약할 수 있었다.
  

아내는 우리나라의 백화점에 가서도 물건 값을 깎는다. 정가 그대로 물건을 사는 법이 없다. 처음에는 아내의 그런 행동이 창피하다는 생각이 들어 그 문제로 나와 다툰 일이 많았다. 지금은 그러려니 하고 무시해 버린다. 하기야 백화점가서 정가 그대로 물건 사는 것은 바보라는 이야기가 있다. 마진이 많은 백화점 물건은 가격 폭에 그만큼 재량이 많다는 것이다. 아내는 백화점에 가서 쇼핑을 할 때는 백화점 점원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상품에 대한 정보는 물론 가정사 이야기도 하면서 어떤 때는 우리 손자 자랑도 하면서 말이다. 그러면 상대방도 남편이야기랑, 손자 이야기랑 옆 손님 눈치 봐 가며 한담한다. 우리 생각에는 이런 언행이 점원들에게 귀찮을 것 같지만 오히려 점원들은 좋아한다고 한다. 점원들의 상냥한 인사는 안 받고 고가(高價)의 물건만 척척 집어가는 고객은 건방지다고 한다. 오히려 아내처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고객을 좋아한다. 어떤 때는 할인행사를 언제쯤 한다는 정보도 미리 알려준다. 또 품질도 좋고 가격도 싼 물건도 골라준다. 나는 이런 아내의 행동을 ‘때를 쓴다’는 표현을 하는데 아내는 그것도 일종의 ‘협상’이라고 항변한다.
Grocery Store에서 블랙 엥거스(쇠고기)를 사와 쇠고기 된장국을 끓여 야채랑 맛있게 저녁 식사를 했다. 저녁 식사 후 피닉스 시가지 야경을 구경하면서 12시가 다 되어 잠자리에 들었다.
  

밤에 외출 할 때는 호텔 직원에게 이곳의 치안 상태를 확인하고 나가는 것이 좋다. 물론 위험하다고 하면 안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