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넷째 날 : 2016. 5. 28(토).
◯ 텍사스 주 엘파소로 가다.
지난밤에는 피닉스의 한 Drug Store에서 산 멜라토닌을 먹고 자서 그런지 잠을 잘 잤다. 시차 적응이 잘 안 될 때는 멜라토닌을 복용하면 효과가 있다고 하여 사서 먹었더니 효과를 단단히 본 것이다.
- 소파 밑 도마뱀 -
아침 식사를 끝내고 떠날 준비를 하는데 아내가 소파 밑을 살피다 갑자기 “어머나” 하고 소리를 질렀다. 나도 깜짝 놀라 쥐새끼라도 있는가 보다 하고 소파 밑을 살펴보니 무언가 조그만 물체가 움직인다. 자세히 보니 도마뱀이다.
Check out하면서 직원에게 물으니 도마뱀이라고 아무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대꾸한다. 밤에 문을 열어놓으면 도마뱀이 들어온다는 것이다. 이것저것 준비하느라 10시가 다 되어 출발하였다.
시내 주유소에서 $10 주고 연료탱크를 가득 채웠다. 연료를 가득 채우면 500km이상은 달릴 수 있으니 도중에 연료를 넣기 위해 고속도로를 빠져나가는 번거로움을 덜기 위해서다.
고속도로에 진입하니 ‘GPS에서 500km 이상 직진하는 경로입니다’라는 안내가 나온다. 연료를 가득 잘 채웠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운전은 좀 편할 것 같다. 투손에서 엘파소까지는 500km가 조금 넘는 거리다. 운전하는 시간은 점심 휴식시간을 포함하여 6∼7시간이면 족할 것 같다.
- 엘파소로 가는 E-10 고속도로 -
고속도로상 휴게소(Rest Area)는 화장실과 콩크리트 구조물로 만든 휴게시설이 있을 뿐이다. 식당이나 주유소 같은 편의 시설은 없다. 우리나라의 고속도로 휴게소와는 다르다.
- E-10 고속도로상의 Rest Area -
가다가 Rest Area에서 점심을 먹고 스트레칭도 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서 오후 5시경에 텍사스 주 엘파소에 예약한 호텔(111 West University Avenue, El Paso (Texas), TX 79902, Hilton Garden Inn)에 도착하였다. 엘파소 시내에 들어오니 텍사스 번호판이 달린 차들이 많다. 처음 로드 트립 계획할 때 지도를 보니 엘파소가 뉴멕시코 주에 위치한 것 같았다. 차를 운전해 오면서도 엘파소는 뉴멕시코 주에 있는 것으로 알고 왔는데 차 번호판을 보고 의아해 숙소에 도착해 지도를 다시 자세히 보니 멕시코 국경지대에서 뉴멕시코 주로 텍사스 주 땅이 기다랗게 움푹 들어와 있는 것을 확인하였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동안 강한 먼지바람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도중에 아내가 200여 km를 운전하여 오늘은 비교적 쉽게 drive를 끝낼 수 있었다. 일찍 저녁을 해결하고 숙소에서 0.7mile 떨어진 Grocery Store 까지 걸어서 내일 식사거리를 사왔다. 날씨가 건조한 탓인가 낮에는 달궈진 아스팔트와 건물 벽에서 뿜어 나오는 열기로 무척 더웠는데 해가 지니 금세 서늘한 느낌이 든다.
우리가 멕시코 국경에 인접해 있는 엘파소에 굳이 숙소를 정한 이유는 국경을 넘어 멕시코의 사우다드 후아레즈(Ciudad Juarez)의 도시 일부를 갔다 오려고 했다. 숙소를 정한 후 구체적으로 일정을 짜면서 검토해 보니 여러 가지 장애 요인이 발생했다. 여행 자제 지역이라 여행자 보험도 안 되고 외교통상부의 홈페이지에 여행자제 지역은 안전을 보장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멕시코 국경지대는 마약과 불법월경자가 많아 매우 위험한 지역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멕시코를 갔다 올 필요는 없을 것 같아 국경을 넘는 것은 생략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