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옥산 - 1에서 계속)
박달재의 이정표를 따라 올라가다보니 3 갈래길이 나온다. 좌측으로는 마천루 방향표시가 있는데 직진 방향의 이정표(박달재 방향)가 없다. 30여년 전 ‘무릉계곡 – 두타산성 입구 – 두타산성 – 두타산 정상 – 박달재 – 무릉계곡’으로 산행을 한 기억을 되살려 이정표가 없지만 계곡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오르기 시작했다. 약 3km 정도 그리 경사가 심하지 않은 길을 오르다 보니 박달재까지 1.2km 남아 있다는 이정표가 보인다. 그곳에서부터 아주 심한 급경사가 나온다. 여기까지 올라오는 사이 한사람도 못 만났고 급경사를 올라가는데 위에서 두 사람이 내려온다. 우리보고 너무 힘들다고 하며 내려가라고 한다.
무더운 날씨에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뉴스에 등산하다 심정지로 사망했다는 소식도 들은 터라 약간 겁은 난다. 그래도 여기까지 와서 포기 할 수는 없다. 아무리 올라가도 박달재 능선이 나올 것 같지 않다. 몇 시간 전에 만난 사람의 말처럼 청옥산은 아무 것 도 볼 것 없다는 말이 실감난다. 그래서 사진 한 장 못 남겼다. 겨우 박달재에 오르니 조그만 평지가 나온다. 이곳에서 3 사람이 쉬고 있다. 여기서 청옥산 정상까지 1,4km다. 점심 먹고 오르니 방금 전에 만난 사람이 정상석에 앉아 쉬고 있더니 우리를 보고 방을 빼 주겠다고 농담을 한다. 2 사람만 보여 한사람은 어디 갔냐고 물으니 밑에 샘물 뜨러 갔다고 하며 빨리 올라오라고 소리친다. 한참을 기다리니 큰 생수병 하나 가득 샘물을 담아 온다. 우리도 한 모금 얻어 마셨다. 물을 마시니 향기가 독특하다. 더덕, 도라지, 취나물 등 약초와 산나물의 향이 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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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옥산은 정상석이 2개다. 하나는 한글로, 다른 하나는 한자로 쓰여 있다.
청옥산 정상은 나무 숲으로 둘러쌓여 있어 아무 조망[眺望]이 없다. 청옥산은 아무 볼거리가 없다는 말이 실감난다. 다만 정상이 평퍼짐해서 산꾼들이 백패킹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고 한다.
벌써 오후 3시다. 서둘러 하산해야 하는데 아내는 샘물을 뜨러 가자고 한다. 샘물이 100m 아래에 있는데 아내와 다투기 싫어 샘물을 뜨러 같이 갔다. 급경사 계단을 100여m 내려가니 샘물이 젓가락 보다 더 가는 물줄기로 나온다. 조그만 생수병 4개에 담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벌써 3시 30분이다. 서둘러 ‘학등’으로 하산 길을 잡았다. 박달재 보다는 등산로가 나은 편인데 몇 군데는 위험한 구간도 있다.
한 참을 내려오다 보니 아마도 3-4 구간인지 확실한 기억은 없지만 저 멀리 오른쪽 계곡 아래에서 사람 목소리가 들린다. 이제 거의 다 내려왔는가 싶어 옆을 살피니 조그만 바위 절벽 끝에 전망(展望)이 확 트인다. 육안으로도 미국 그랜드캐니언의 축소판이라고 하는 두타산 마천루의 전경(全景)이 보인다. 바위 절벽에 인공 계단이 육안으로 보인다. 카메라로 줌업(zoom up)해 본다. 아마도 이곳에서 바라보는 마천루가 더 멋질 것 같다. 병풍처럼 둘려 쌓인 바위의 크기가 어머 어마하다.
10여km 이상되는 미국의 그랜드 케니언 대협곡과는 비교가 안 되지만 두타산에 이런 속살의 장관이 있다는 것이 그져 신기할 따름이다. 잠시 사진을 찍고 갈길 이 멀어 하산 길을 재촉 한다.
오전에 길을 헤매면서 본 ‘큰 등산로 안내지도 입간판’이 보인다. 이곳에서 무릉계곡 주차장 방향으로 좌회전 하여 잠시 걸어가니 오전에 못 보던 다리가 나온다. 위를 쳐다보니 ‘하늘재’라는 대문이 나타나면서 계단 경사가 어마 어마하다. 설악산 대청봉, 지리산 천왕봉을 오를 때 계단과는 경사도가 비교가 안 된다. 물론 매우 짧은 거리지만 올라갈 엄두가 안 난다. 청옥산 정상에서 이곳까지 내려오는데 한사람도 못 만났다.
위에서 사람 목소리가 난다. 아내가 주차장 가는 길이 있는지? 소리쳐 물어본다. 위에서 길이 없다고 하면서 약간 당황한 기색이었는데 우리를 보더니 안심하는 것 같다. 내려온 사람을 보니 청옥산 정상에서 만났던 사람이다. 일행은 먼저 내려가고 혼자 남아 길을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우리보고 물이 있냐고 묻는다. 아내가 청옥산 정상에서 떠온 물병을 주니 그냥 입대고 벌컥벌컥 드리킨다.
청옥산 정상에서 떠온 귀한 샘물을 입대고 마셨으니 우리가 다시 마실 수도 없다.
코로나 사태 전이라도 남의 물병은 '입 안대고' 마셔야지 '입안 대고' 마셨으니 힘드려 떠온 귀한 물을 버려야만 했다.
방금 전 ‘큰 등산로 안내지도 입간판’까지 다시 돌아와 자세히 보니 반대로 내려가는 길이 입간판 안내도에 잘 표시 되어 있다. 그 밑에는 오른쪽은 ‘하늘재’, 왼쪽은 ‘하산’ 길이라는 이정목(里程木)도 세워져 있다. 사람이 당황하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오후 7시가 다 되었지만 숲속이라 제법 어둡다. 삼화사 절에 당도(當到)하니 사방이 탁 트여 아직은 밝은 기운이 많이 남아있다. ‘감자옹심이콧등치기’를 먹고 싶어 음식점을 찾아보았으나 코로나로 인해 손님이 없어 그런지 벌써 문을 닫았다.
주차장에 도착하니 7시 30분이다. 꼭 10시간 산행을 한 것이다.
잘못하면 저녁을 굶게 되겠다. 출발하면서 호텔 주변 음식점 몇 곳에 전화를 해보았으나 모두 영업을 끝냈다고 한다. 다행이 호텔에 도착하니 호텔 내 이탈리아 레스토랑이 저녁 9시까지 한다고 하여 파스타를 서둘러 주문했다. 시장해서 그런지 무척 맛있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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