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열두 번째 날 : 2016. 6. 5(일)
◯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 해변을 가다.
아침에 자고 일어나니 몸이 몹시 무겁다. 지난밤 잠을 설친 탓이다. 에어컨 소음이 심하고 성능도 시원찮아 방안이 얼마나 무덥던지 한잠도 편히 잘 수 없었다. 지금껏 미국 여러 주의 많은 Lodge를 이용해보았지만 지난 밤 잔 숙소가 제일 엉망이다. 다음에 또 로드 트립을 할 기회가 있다면 호텔이용객의 사용 후기를 꼼꼼히 살펴보아야 하겠다.
하늘을 쳐다보니 잔뜩 흐렸지만 구름 사이로 간간이 햇살이 보인다. 마이애미는 어떤 날씨일까? 어저께 날씨를 보니 마이애미는 오늘과 내일은 비가 오고 모래부터는 뇌우라고 한다. 모처럼 일생에 한번 올까 말까한 마이애미 여행이 날씨 때문에 많이 걱정된다. 우리나라에서 뉴스로만 보던 푸른 물결이 넘실대는 마이애미 해변의 풍경들이 머릿속을 스쳐간다. 반나체로 일광욕하는 수많은 사람들, 바닷물 속에서 천진난만하게 해수욕을 즐기면서 재잘 되는 아이들, 또 운이 좋다면 우리 부부도 마이애미 해변의 대서양 바닷물에 몸을 담글 수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고속도로를 달리다보니 어느덧 마이애미가 가까워진다. 출발할 때 코코아에서 연료를 넣으려고 했는데 곧바로 고속도로가 나오는 바람에 연료를 주입하지 못했다. 아직 연료 계기판의 바늘이 1/2은 가리키고 있어 200∼300km는 달릴 수 있으니까 그 사이 다시 주유하면 될 것 같다.
- 코코아에서 마이애미로 가는 고속도로-
지평선만 바라보고 한 참을 달리다 보니 도중에 Gas Exit가 나타난다. 그곳으로 빠져나가 주유소를 찾아 연료를 가득 채우고 아내와 운전을 교대하여 본의 아니게 아내가 마이애미 시내를 운전하게 되었다. 미국 도시의 시내 운전은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시내에서는 늘 내가 운전하고 고속도로에서는 아내와 교대로 운전했다.
복잡한 시내 운전에 아내가 너무 긴장한 탓인지 호텔(8601 Harding Avenue, Miami Beach (Florida), FL 33141 Beach Place Hotel)에 막 도착하여 주차하다가 갑자기 차가 앞으로 튀어 나간다. 급 발진하는 것 같다. 정말 큰 사고를 당할 뻔했다. 다행히 차가 멈춰 큰 위험은 면했지만 정말 아찔한 순간이었다.
늦은 시각이지만 호텔 방에서 점심을 먹고 오후 4시경 마이애미 해변으로 나갔다. 호텔을 예약할 때 지도를 보고 마이애미 해변에서 가까운 곳을 찾았더니 숙소에서 해변까지는 불과 400여m 밖에 안 되었다. 우리는 아예 호텔 방에서 해수욕복을 갈아입고 선그라스를 끼고 해변으로 나갔다. Beach 입구에 들어서니 공원 안에서 바베큐 굽는 냄새가 여기저기서 진동하고 한쪽에서 Salsa 음악이 나온다. 가까이 가보니 젊은 남녀가 손을 잡고 살사 춤을 춘다. 우리도 한번 추고 싶다. 나와 아내는 오래전 살사 춤을 배운 경험이 있어 지금도 살사 춤의 패턴을 5∼6개 정도는 알고 있다. 운동화를 신고 해수욕복에 살사 춤을 춘다는 것이 어쩜 춤을 모욕한다는 생각이 들어 춤을 포기했다.
흰 모래 백사장으로 한숨에 달려갔다. 난생 처음 대서양의 푸른 바닷물에 발을 담그는 순간이다. 바닷물은 따뜻하고 수심도 매우 낮다. 40대로 보이는 어떤 흑인 아저씨가 나보고 Race! Race! 하면서 소리친다. 나 보고 수영시합 하자는 가 보다.
동양인이 키가 작고 머리도 염색하여 검게 보이니 자기와 비슷한 나이로 착각한가보다. 나는 웃으면서 I cannot swim. 이라고 하며 그냥 물속에서 4발을 휘 저어보였다. 그런 나의 모습을 보더니 like doggy, like doggy라며 나를 놀린다. 2시간가량 물속에서 보냈더니 힘도 들고 시장 끼가 느껴진다.
- 마이애미 비치에서 해수욕을 하다 -
- 마이애미 비치에서 해수욕을 즐기는 아내의 모습 -
- 마이애미 시가지에서 -
숙소로 돌아와 저녁을 먹고 약 1.5km 떨어진 Grocery Store까지 시장 보러 아내와 같이 배낭을 메고 산책 겸 걸어서 다녀왔다.
내일 날씨가 좋아야 할텐데...
날씨 걱정하면서 꿈나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