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부부가 과연 춤의 파트너로 적합한가?
단체반 레슨을 받다보면 간혹 한 두 쌍의 부부를 만난다. 그런데 가장 가까운 부부사이 인데도 의외로 춤추다 부부가 싸우는 것을 종종 본다. 스텝이 엉클어져 잔뜩 미안 감에 싸여 있는 남편을 남들의 시선을 아랑 것 없이 큰 소리로 면박을 주는 아내들을 볼 때, ‘저 남편이 계속 나올 것인가’, ‘오늘 밤 부부 싸움 크게 날 것 같은데...’ 남의 일이지만 엄청 걱정된다.
실제로 내 친구 중 한 사람도 레슨 도중 말다툼 끝에 집에 돌아가 크게 부부 싸움을 하고 다시는 춤 배우러 다니지 않는다. 얼마전 그 친구의 사무실에서 오랜만에 만난 일이 있는데 장기 몇판뛰고 점심식사하러 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스틱을 찾는다. 고관절과 무릎관절이 아파 잘 걷지를 못한단다. 스틱 2개에 의지해서 겨우 점심식하러 갔다. 식사하면서 여담으로 춤을 계속 추었더라면 관절 아픈것은 없었을텐데 하니까 내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춤은 남자가 리드하고 여자가 팔로우하기 때문에 여성이 배우기가 좀 수월하다. 그래서 여성의 경우 어느 정도 스텝을 밟을 줄 알면 잘 추는 남성이 리드를 하면 능숙하게 따라 할 수 있다.
언젠가 어떤 아내가 서툰 남편을 세워놓고 잘 추는 남자와 파트너가 되어 약 올리듯이 음악에 취해 춤을 추는 것을 본 적도 있다.
인간의 심리는 대부분 비슷하다. 무당이 굿하는 곳에 가면 무당 되고 싶고, 노래방엘 가면 가수가 되고 싶고, 골프도 잘하고 싶고, 바둑도 잘 두고 싶고, 춤추는 장소에 가면 춤을 잘 추고 싶어 한다.
그런데 남의 남자와 황홀하게 춤을 추는 것을 보고 있는 남편의 심정이야 말해야 무엇 하리..., 지금도 그 때 그 남편의 비참한 표정을 생각하면 안타깝기 짝이 없다.
아내가 남편한테 골프와 운전 연습을 안 받는 것이 불문율인 것처럼 춤도 마찬가지다. 부부가 따로따로 배우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지만 춤은 이성(異性)과 추어야 그렇게 할 수 도 없고....
그래서 부부가 함께 알콩달콩 정답게 춤을 배우려면 남편이 아내 몰래 6개월 정도 미리 춤 교습을 받는 것이 좋다. 나는 내 아내 보다 6개월 먼저 배웠다. 정확히 말하면 6개월 동안 몰래 배우다 들킨 경우다. 퇴근 시간이 일정한데 특정 요일에는 꼭 늦으니 아내가 왜 늦는지 이유를 묻는다. 아코디언 배우러 다닌다고 거짓말을 했다. 연말 가족 송연모임에서 아코디언 연주를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책상 위에 있는 댄스스포츠에 관한 책을 보고 ‘춤 배우러 다니냐’고 다그친다. 그렇다고 했다. 아내가 두 눈에 쌍심지를 켜고 화를 낸다. 거짓말했다는 것이다. 그러면 같이 배우러 다니자고 하여 지금까지 같이 단체반 레슨을 받고 있다. 내가 6개월 먼저 배운 탓에 아내한테 구박받을 일은 없었다. 늘 내가 잡아주고 가르쳐 주는 격이었는데, 아내는 거의 휘겨와 루틴을 잊고 나의 리드에만 의존하여 춤을 추고 있다. 정확히 표현하면 나한테 매달려 춤을 추고 있는 격이다.
그러나 이젠 아내도 어느 정도 춤 경력이 생기니 내말을 잘 안 듣고 이따금 고집을 피우는 바람에 티격태격 말다툼을 하곤 한다. 말다툼도 큰 싸움으로 안 번진다면 괜찮다. 이것이 생명을 갖고 있는 인간이 살아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부부가 오래 살다보면 할 말도 없어지고 자연히 권태기가 오기 마련이다. 그럴 때 적당한 부부싸움은 생의 활력소가 되기도 한다.
어느 춤 경력자의 말이 떠오른다.
‘무도장에서의 일은 문을 나서는 순간 잊어버려라’
어디 그것이 쉽지만은 않지만 그렇게 노력한다면 결혼한 부부는 부부가 춤 파트너가 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 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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