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날씨 확인 ;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검색란에 ' 지리산 천왕봉 날씨'를 검색하면
오늘, 내일, 모래 날씨는 실시간 예보를 해주고 주간 날씨는 10일까지 예보를 해주고 있다.
요즈음은 일기예보가 제법 잘 맞는다.
어제(19일 부처님 오신 날)는 날씨가 쾌청했다.
등산 오기 10일전부터 지리산 천왕봉 날씨(다음 포털 사이트)를 검색해보았다.
그런데 하필 우리가 천왕봉을 산행하기로 한날(20일)만 전국적으로 비가 온다고 한다.
걱정되어서 매일매일 검색해보았지만 20일 날 ‘흐리거나 개인다’는 예보는 없다
날짜를 변경할 수도 없고 걱정이 앞선다.
전날 저녁까지도 하늘을 쳐다보니 내일 비가 올 것 같지 않았지만
날씨가 무더운 것을 봐서 비가 올 것 같은 예감은 든다.
2. 산행 거리와 시간 확인
등산지도 또는 '네이버'나 '다음' 지도를 이용해 산행 거리와 소요 시간을 확인해 둔다.
8km이내의 산행 거리와 5시간 이내의 산행 시간이면 크게 문제 될 것 없지만
등산 거리가 10km 이상되고 소요시간이 8시간 이상 되면 출발 시간과 도착 시간을 꼭 염두에 두어야 한다.
산속에서 어두워 지면 길을 잃어버리기 쉽고 사고가 날 위험이 많다.
작년 가을에 강원도 삼척시 미로 천은사에서 쉰음산(688m) – 두타산(1353m) 연계 산행을 해 보았다.
왕복 약 10km, 8시간이나 걸렸다.
지리산 천왕봉도 편도 5.4km이니 왕복 10.8km다.
거리상으로는 당일 산행이 무리는 아닐 듯싶다.
다만 해발고도가 두타산(1353m)보다 562m나 더 높은 1915m 이기 때문에 체력 소모는 더 많을 것 같다.
3. 호텔에서 주차장 까지 거리 확인
국립공원 같은 경우는 주차장이 여러군데 있을 수 있다. 본인이 산행 시작 지점의 주차장의 주소를 정확히 알고 내비게이션에 입력한다.
산행 들머리 부근에 숙소를 정한 경우는 문제될 것이 없지만 숙소가 멀리 떨어진 경우는 일정에 많은 영향을 주기 때문에 산행 시간을 계산하는데 충분히 고려를 한다.
아침에 일어나니 창밖에 낙숫물 떨어지는 소리가 후두둑 후두둑 요란하게 들린다.
호텔 식당에 내려가서 아침식사를 하고 9시가 다 되어 우중(雨中)에 호텔을 출발하여 약 1시간 걸려 중산리 주차장에 도착했다.
아시아레이크사이드호텔에서 지리산 중산리 주차장까지는 도상으로 48.8km, 55분 거리지만 한 시간 조금 더 걸렸다.
중산리에는 주차장이 여러 곳이 있다.
우리가 주차한 곳은 내비게이션에 ‘경남 사천군 시천면 중산리 619-12’를 입력하고 찾아간 곳인데 승용차이 진입할 수 있는 가장 위쪽까지 올라갔다.
4. 등산 당일 일정
비는 계속 주룩주룩 오는데 신발과 우의를 갈아입을 일이 걱정이다.
다행히 내비가 가리키는 곳을 보니 비를 피할 수 있는 차양막이 설치되어 있는 주차장이다.
주말이나 공휴일은 일찍 오지 않으면 이곳에 주차할 수 없을 것 같다.
오늘은 평일이고 비가 많이 와서 그런지 차도 몇 대 없고 사람도 안 보인다.
벌써 산으로 모두 올라간 모양이다.
신발을 갈아 신고 우의를 입고 등산준비를 모두 끝내니 10시가 다 되었다.
주차장에서 나와 오른쪽으로 20여m 올라가면 바로 천왕봉 들머리가 나온다.
들머리 입구에서 국립공원 직원으로 보이는 세 남자가 마스크를 쓴 채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우리보고 ‘어디까지 가느냐?’
‘천왕봉까지 간다.’고 대답하니
'정상까지는 9∼10시간가량 걸리고 오늘은 비도 오고 정상에는 바람도 많이 불고 기온도 영하로 떨어질지 모른다'고 겁을 준다.
‘서울서 큰 맘 먹고 시간을 내어 왔다’고 하니
‘그래도 안전이 최고이니 가다가 힘들면 내려오라’고 한다.
10시면 시간적으로도 조금 늦은 감이 있나보다.
지리산 천왕봉을 달일 코스로 등산하려면 최소한 8시나 9시 이전에는 출발하는 것 같다.
우리 뒤로는 아무도 따라오는 사람이 없고
내려오는 사람이 한 둘 보이기 시작하는데,
처음 만난 사람은 오전 4시에 출발했다고 한다.
그리고 또 다른 커플을 만났는데 일회용 비옷에 우산을 들고 있다.
비도 오고 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 개선문(개선문처럼 생긴 바위가 있음)까지 갔다가 되돌아온다고 하며 다음에 다시 오기로 했다고 한다.
또 한 부부팀을 만났는데 4∼5살 보이는 애기들을 업고 안고 내려온다.
우리보다 더 특별한 사람도 있다.
한참을 더 올라가다가 독립군(혼자 산행하는 사람)을 만났는데,
그 사람은 정상까지 갔다가 왔다는데 정상에 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 인증사진을 겨우 찍고 1초도 못 머무르고 내려왔다고 한다.
은근히 겁이 난다.
등산객 모두 여섯 사람 만났는데 우리가 제일 늦게 올라갔다가 내려오는데 우리 뒤로는 한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이제 정상까지 800m 남았는데 여기까지 와서 포기할 수는 없다.
기를 쓰고 올라갔다.
시간은 벌써 오후 2시를 넘긴다.
물론 점심은 따로 시간을 내어 먹지는 않고 등산하면서 허기가 지면 서서 또는 가면서 음식을 먹었다.
산행하는 사람들은 이런 것을 ‘이동식’이라고 한다.
비가 와서 앉아 쉴 자리도 없으니 울며 겨자 먹기다.
양손에 스틱을 잡고 비옷을 입고있으니 사진찍기도 불편하다.
사방이 운무(雲霧)로 뒤덮혀 전망이 좋지 않아 굳이 사진을 찍을 필요도 없다.
등산화가 방수가 된다지만 발목 위로 들어간 빗물로 양말이 다 젖어 질퍽거린다.
계속 비를 맞으면서 오르다 보니 순간적으로 ‘왜 이 고생을 하면서 위험을 무릅쓰고 정상까지 올라가야 하나’ 회의감이 든다.
사방에 전망(展望)은 하나도 안 보이고 비구름뿐이다.
정상이 300m 남았다는 이정표가 보인다.
다 왔다 싶은데 300m가 이렇게 멀리 느껴지는 것은 처음이다.
계속 돌계단, 나무계단, 철제계단을 오르다 보니 정상이 보이는데 계단에 ‘대기선’이라는 문구가 보인다.
정상까지 족히 100m는 넘는 거리다.
날씨가 좋은 휴일이나 주말 같은 날은 정상에서 인증사진을 찍느라 기다리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가 보다.
지지난 주(5월 7일) 지리산 바래봉 철쭉 구경 갔다가 인증사진 찍느라 20분 이상 기다린 적이 있다.
오늘은 목요일이고 비오는 날이라 우리 부부를 제외하고 한사람도 없다.
계단이 끝나면 바로 정상이지만 천왕봉 표지석 까지는 바위를 타고 1∼2m를 더 올라가야 한다.
아무런 안전장치도 없다.
비는 계속 퍼붓고 바람은 세차게 불고 미끄러워 굴러 떨어질까 조심조심 발을 옮겨 본다.
시계를 보니 오후 2시 30분이다.
정상까지 4시간 30분이 소요된 셈이다.
하산 길은 4시간 걸릴 것 같다.
비바람 때문에 천왕봉 표지석에 기대어 겨우 인증사진 한 장 찍었다.
경황이 없어 표지석 뒷면은 못찍었다.
사방이 운무(雲霧) 뿐이다.
올라올 때 만난 독립군은 1초도 못 머물렀다고 했는데, 우리는 1분은 머무른 것 같다.
내려 올 때 법계사 경내를 구경하고 싶었지만 심신(心身)이 지친 상태라 만사(萬事)가 귀찮아 그냥 지나쳤다.
로타리대피소까지 와서 남은 음식을 다 먹었다.
로타리대피소는 코로나 때문에 건물을 폐쇄했지만 건물 밖에도 비를 피할 공간은 있었다.
마른 의자에 앉아 음식을 먹으면서 잠시 몸을 추스른 후 계속 내리막길을 걸어내려 온다.
산속이고 비까지 와서 그런지 오후 6시인데도 사방에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다.
주차장에 도착하니 6시 30분이다.
젖은 신발을 갈아 신고 이것저것 정리하다보니 7시가 다 되었다.
주차비 정산은 무인자동시스템으로 결재되는데 들어갈 때 번호 인식하고 나올 때 신용카드를 사용하면된다.
최근 블로그를 보니 4,000원 정액제라고 하는데 5,000원이 결재되었다.
사방이 어두워진다.
진주 호텔까지 1시간은 달려야 한다.
다행히 4차선 국도와 통영대전고속도로를 달릴 수 있어 고생은 덜 했다.
(안내도는 '지리산 천왕봉 최단코스 - 2' 에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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