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슈비치를 뒤로하고 바르사바로 떠나다.-5
'동유럽자동차여행'책 내용 중 일부...
비극의 유대인 수난사를 정리해 보면서 과연 인간의 잔인함은 어디까지일까? 유대인 학살을 저지른 현장에 와보고 내가 인간으로 태어난 것이 처음으로 부끄러움을 느끼게 하였다.
동유럽을 여행하면서 우리가 눈여겨 볼 것은 성당이 관광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성당 건축물의 규모와 섬세한 디자인을 보면 당시 교권이 얼마나 막대한가를 가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또한 궁전(宮殿)하면 당연히 왕이 살던 집을 의미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교회의 권력자 주교(主敎)가 살았던 집도 궁전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만큼 중세에는 교권이 황권을 능가한 적도 있었다.
이러한 기독교국가인 유럽에서 그들의 신인 예수그리스도를 십자가에 못 박혀 죽게 한 유대인들은 숙명(宿命)적인 운명으로 태어난 것이다. 기독교인과 유대인 사이에 국가 간(間), 종교 간(間), 민족 간(間) 어떤 이유라도 분쟁이 일어나면 또다시 유대인의 수난사가 재연할 가능성을 지금도 배제(排除)할 수는 없다.
유대인의 수난사를 뒤로하고 바르샤바로 가는 길을 재촉했다. 바르샤바로 가는 고속도로는 우리나라의 80∼90년대 도로와 비슷했다. 노면 상태도 좋지 않아 과속을 할 수 없다. 최고 시속이 거의 70km다. 간혹 110km 구간이 나타나지만 그것도 잠시다. 도중에 공사구간도 많고 운전이 힘들었지만 아우슈비츠 투어를 생략했기에 해가 있어 바르샤바 호텔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다행히 숙소가 큰 도로변에 위치해 있어 호텔을 찾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주차장이 없어 도로변에 차를 세웠는데 다행이 오늘이 일요일이라 주차요금은 free다. 여정이 조금 힘들었지만 아내가 서둘러 준비한 저녁을 먹는데 창밖에는 굵은 빗방울이 마구 퍼붓는다. 멀리 외국에 와서 오랜만에 빗소리를 들으니 서울이 세삼 그리워진다. 그동안 날씨는 좋았지만 장거리 운전에 차는 온통 먼지투성이다. 차가 깨끗하게 세차되게끔 밤새 비가 많이 왔으면 좋겠다.
이럭저럭 위험한 순간도 몇 번 있었고 고생도 많았지만 벌써 여정(旅程)의 3/4이 지나간다. 이제 남은 관광지는 베를린 – 드레스덴 – 체코 프라하 – 체스케부데요비체 – 체스케크룸로프 5개 도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