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대륙횡단 자동차 여행

20. 미국대륙횡단 여행기 2 ; 열세번째 날 2: 2016. 6. 6(월) - 헤밍웨이 기념관

장호열 2017. 4. 19. 14:31

 

                        - 바다 위로 건설된 다리 위를 끝없이 달리다 -


목적지 도착이라는 안내가 나와 주변을 살펴보니 헤밍웨이 기념관이 보인다. 그러나 주차할 곳이 없다. 오른쪽을 보니 기념관 방문객을 위한 조그만 주차장이 있다. 일단 차를 그곳으로 갖다 대었는데 주차 공간이 마땅치 않다. 다시 후진하여 차를 빼어 도로 주변에 주차 공간을 찾으려고 하는데 아내가 잽싸게 한쪽 구석에 Free Parking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는 차 한 대 정도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을 발견하고 그곳에 차를 대라고 한다. 주변 주택가를 한 바퀴 돌아 왔는데 아직 그곳이 비어있다. 미국 Road Trip을 하면서 주차에 신경이 가장 많이 쓰인다. 주차비도 문제이지만 잘못 주차했다가 견인이라도 당하면 큰일이기 때문이다. 얼른 그곳에 주차하고 기념관으로 갔다.

                                                           - 헤밍웨이 기념관 -
입장권을 끊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뚱뚱한 백인 안내원이 ‘Chinese?’ ‘Japanese? 하고 묻는다. 우리는 ’No’, ’Korean’이라고 하니 한글판 팜프렛을 준다.
이곳저곳을 둘러보려고 하는데 어떤 미국인 아저씨가 우리를 보더니 한국말로 “안녕‘한다. 

이렇게 먼 곳까지 왔는데 한국말을 하는 사람이 있어 너무 반갑고 신기하여 처다 보았더니 ”여기 저기“, ”고양이“라고 누가 시키지도 않은 한국말을 한다. 아내가 ”어디서 누구한테 한국말을 배웠느냐?고 하니까 그냥 여기서 관광객들 한테 조금 배웠다고 한다. 이 먼 곳까지 한국관광객들이 꽤 찾아오는가 보다.

헤밍웨이는 노벨문학상을 탈 만큼 글을 잘 쓰는 소설가로만 알고 있었는데 그의 기념관을 보고 헤밍웨이에 대하여 더 많이 알게 되었고 그의 일생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헤밍웨이는 미국 적십자사의 구급차 운전사로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여 19세가 되던 1918년 오스트리아 – 이탈리아 전선에서 부상을 입고 밀라노 병원에 입원했는데 그곳에서 한 간호사와 사랑에 빠졌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그가 195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무기여 잘 있거라’는 밀라노 병원에서의 간호사와 나눈 사랑이 소재가 되었다고 한다.


영화 ‘무기여 잘 있거라(A Farewell to Arms)’는 그의 소설을 영화로 만든 작품이다. 이 영화는 제1차 세계대전 중 부상으로 병원에 후송된 미국인 프레드릭 헨리 중위는 그곳에서 영국인 간호사 캐서린 버클리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다시 전선으로 복귀한 헨리는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결국은 탈영을 하여 두 사람은 다시 만나 스위스에서 달콤한 사랑의 시간을 보내지만 그 것도 잠시 캐서린은 출산 진통으로 난산을 하자마자 사내아이는 숨을 거두고 캐서린도 난산으로 인한 출혈 때문에 죽는다. 결국 그는 다시 혼자가 된다.


전쟁의 허무 속에서 삶과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아가는 한 청년 주인공의 이야기는 전쟁이란 인류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아간다는 교훈을 주는 영화다. 이 영화의 스토리 중 주인공이 탈영하는 장면이 있어 한 때 우리나라에서 상영이 금지된 적도 있다. 그 후 헤밍웨이는 고향으로 돌아와 건강을 되찾은 뒤 집필활동을 하다가 해들리(Hadley)와 결혼을 하고 해외 통신원으로 프랑스로 떠난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참전용사이자 예술에 관심이 많은 미국인들이 프랑스 파리로 몰려들었다.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에서 피를 말리던 청년들이 하루아침에 고국에서 전쟁 영웅 대접을 받았지만 곧 주위로부터 망각되고 전쟁에서 받은 고통 때문에 현실 부적응자가 되었던 것이다. 유럽통신원의 자격으로 파리에 온 헤밍웨이도 본질적으로는 이들과 같은 종류의 사람에 속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들을 일컬어 "잃어버린 세대"라고 하는 것은 이들이 기성의 가치를 상실한 세대라는 뜻이다. 이들 참전 용사들은 연금을 쪼개어서 끊임없는 음주와 방탕한 생활에 몰두하였던 것이다.

                                   - 헤밍웨이 기념관 정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