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미국대륙횡단 여행기 2 ; 열번째 날 : 2016. 6. 3(금) - 뉴올리언즈 Cemetery를 찾아 헤매던 일 – 결국 관광을 포기하다.
◯ 뉴올리언즈 Cemetery를 찾아 헤매던 일 – 결국 관광을 포기하다.
◯ 플로리다 주도 탤레해시를 향하여 600km 이상을 달리다.
아침에 자고 일어나니 구름이 많이 낀 우중충한 날씨다. 공동묘지를 구경 간다니까 날씨까지 우울한가보다. 구름이 많이 끼었지만 비가 올 것 같지는 않다. 햇살이 구름 사이로 강하게 비친다. GPS에 숙소에서 24km 떨어진 곳의 Cemetery 주소를 입력하고 기분 좋게 출발했다.
Public Parking 주차장에 차를 세우려고 하니 주차비가 $5이란다. 그리고 10시간 주차가 가능하다고 한다. Cemetery를 10여분 돌아보고 가면 되는데 $5이라는 돈이 너무 아깝다. 주변 이면도로에 차를 세우려고 Cemetery 주변을 한 바퀴 돌다가 한 이면 도로에 차량들이 길게 주차되어 있는 곳을 찾았다. 주차 공간을 찾다보니 길가의 약간 움퍽 패인 곳에 진흙탕물이 고여 있고 옆에는 저수조 같은 소방시설물이 서있다.
차 한대를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다. 나는 조심스럽게 일열 주차를 하고 사자(死者)의 묘(墓)를 찾아가는 최소한의 예를 갖추기 위해 트렁크에서 운동화를 꺼내 슬리퍼를 갈아 신고 있는 사이 흑인 아저씨 한분이 차를 몰고 우리 가까이 오더니 그곳에 차를 주차하면 견인될 수 있다고 한다. 소방시설물 옆이라는 것이다. 이 흑인 아저씨가 아니었더라면 차를 견인 당할 뻔 했다. 차가 견인된 상황을 상상하기조차 싫다. 어디로 견인되었는지 또 과태료는 얼마를 내어야 하는지? 견인되었다면 여행일정에 큰 차질을 빚을 뻔했다. 운동화로 갈아 신으려고 꾸물대던 것이 천만다행이다. 다시 차를 빼내어 Information center가 있는 건물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잠시 차를 세우고 아내가 사무실로 들어가 안내 직원에게 Cemetery를 구경 왔다고 하니 주차비와 Cemetery 입장료 포함 $20을 내라고 한다. 아내는 죽은 사람 묘를 구경하는데 2인 $40이면 너무 비싸다고 하면서 그냥 가자고 한다. Cemetery 입구를 찾으며 담장 너머로 얼핏 보이는 공동묘지 모습은 2004년 아르헨티나에 갔을 때 본 에비타의 묘소가 있는 레꼴레따의 묘지와 비슷했다. 삶과 죽음이 공존한다는 이곳 사람들의 생각으로 그들은 죽은 사람의 묘소를 그들이 살고 있는 도시 내부에 아름다운 조각상으로 집을 지어 그 속에 납골한 것이다. 납골당의 건축물들이 마치 난쟁이 마을의 집들을 연상케 한다.
아내의 말대로 구경은 그만두고 잠시 삶과 죽음에 대하여 생각해 본다. 인간은 어디에서 온지도 또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어떤 인연으로 100년도 못사는 이 세상에 태어나 영원한 죽음의 세상으로 간다. 사는 시간은 살지 않는 시간에 비하여 너무나 짧다. 이 찰나(刹那)와 같은 짧은 시간에 지극히 미미(微微)한 인간이 이 넓은 우주의 삼라만상을 모두 알려고 하고 소유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갈등이 생기고 서로 미워하며 다툼이 생기는 것이다.
- 미시시피 강변을 따라 곧게 뻗은 고속도로 -
플로리다 주의 주도 탤레해시로 가는 도중에 첫 번째 Rest Area에 들러 스트레칭을 하면서 잠시 휴식을 취한 다음 아내와 운전을 교대했다. 아내가 운전하며 2시간 이상을 달려갔는데도 Rest Area가 안 나온다. 할 수 없이 Gas Exit로 나가 연료를 채우고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오늘도 차안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물론 주유소에 딸린 가게에서 간단한 음식을 사 먹을 수도 있지만 우리 입맛에 맞지 않아 불편을 무릅쓰고 아내가 준비해간 빵과 야채와 얇게 썬 쇠고기로 점심을 먹는다. 도중에 몇 번 Rest Area에 들러 쉬고 운전도 교대하면서 여유 있게 갔다.
아직 목적지까지 가자면 1시간 이상 남았는데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미국의 폭우는 우리가 몇 번 경험했듯이 하늘에서 양동이로 퍼 붓는 것 같다. 와이퍼 3단을 사용해도 앞이 안 보일 지경이다. 어저께 혼이 난 경험을 한 터라 오늘은 덜 무서웠지만 얼마나 오래 동안 폭우가 내릴지 걱정이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다행히 10여분을 달려가니 구름 사이로 햇살이 인다. 오후 6시가 다 되어 텔레해시에 예약한 호텔(1950 Raymond Diehl Road, Tallahassee (Florida), FL 32308, Extended Stay America)에 도착했다.
체크인하고 나서 곧바로 Grocery Store를 찾아가 식재료를 사왔다. 연일 계속되는 여행에 지칠 만한데도 피곤을 무릅쓰고 아내는 얼렁뚱땅 신속하게 저녁밥을 지었다. 허기진 배를 채웠으니 이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우리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다. 오늘은 장시간 운전으로 피곤하여 저녁 산책도 생략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