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미국대륙횡단 여행기 2 ; 여덟번째 날 : 2016. 6. 1(수) - 텍사스 주 휴스턴 나사 우주센터를 방문하다
영화상영관에는 우주왕복선의 역사를 요약하여 방영하였는데 1968. 1. 28. 발사된 챌린저 우주왕복선이 이륙 후 73초 만에 폭발 사고가 났다. 그 순간을 목격한 나사 직원들과 미국 시민들의
-우주선 앞에서 선 아내의 모습-
슬픈 충격에 빠진 모습이 아직도 나의 가슴에 아련히 남아있다.
미국은 이런 고귀한 인명을 희생하면서까지 왜 우주에 대한 도전을 멈추지 않을까하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한 줌의 연기로 사라진 승무원들의 목숨이 아깝기만 하다. 그리고 살아있는 가족들의 악몽과 같은 그 사고를 평생 안고 살아야 하는 고충을 무엇으로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
젊은 승무원들이 흔적도 없이 연기 속으로 사라지는 죽음을 보고 문 듯 반야심경의 ‘색즉시공(色卽是空) 공즉시색(空卽是色)’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색(色)이란 모두 공(空)에 불과하고 공(空)은 색(色)으로 꽉 차있다는 뜻이다.
색즉시공(色卽是空) - ‘색(色)은 곧 공(空)일 뿐’, 눈에 보이는 현상은 인연(因緣)에 따라 끊임없이 생겼다가 소멸하는 것이지 실재하는 존재가 아니라는 뜻이다.
공즉시색(空卽是色) - 공(空) 그대로가 일체의 존재인 색(色)이라는 말, 공이 현상적인 차원과는 다른 ‘현상의 배후’, 혹은 ‘초월하여 있는’ 실체가 아니라는 뜻이다. 공(空)은 통상적인 의미는 ‘비어 있다’라는 뜻인데 불교에서는 ’실체가 없어 보이는 경지‘를 공(空)이라고 한다.
그러면 우리는 왜 이런 어려운 말을 이해하려고 애를 쓸까?
그 속에는 심오한 인생철학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색즉시공(色卽是空) 공즉시색(空卽是色)의 속뜻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상계는 자성(自性-實體)이 없는 허상의 세계(空)이지만 인연으로 인하여 분명히 존재(色)하는 세계이므로 집착 없이 최선을 다하여 살아야 한다는 뜻이다. 영구(永久)한 우주 속에서 100년도 못사는 짧은 인생인데 착한 일을 하며 남을 돕고 배려하고 이웃과 가족을 사랑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하여 또 다른 법어(法語)가 생각난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원래 이 말은 8세기 중엽 당(唐)나라 청원(靑原) 선사의 말로서,
"내가 30년 전 참선하기 전에는 산을 보면 산이었고 물을 보면 물이었다.
그런데 후에 훌륭한 스승을 만나 깨침에 들고 보니 산을 보아도 산이 아니었고 물을 보아도 물이 아니었다.
그러다가 이제 정말 깨침을 이루고 보니 전과 같이 산은 그대로 산이었고 물은 그대로 물이었다.
대중들이여!
이 세 가지의 견해가 같은 것인가?
다른 것인가?
만약 이를 터득한 사람이 있다면 나와 같은 경지에 있다고 하겠다" 라고 한 것이 시초라고 한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산이 산이 아니고 물이 물이 아니로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이 선어((禪語)는 그 뒤 많은 스님의 어록에도 나오지만, 성철스님이 그의 법어의 끝에 이를 인용함으로 세상 모든 사람에게 널리 알려진 말이다.
그런데 평범한, 지극히 당연한 이 말이 뜻하는바가 무엇일까?
선지식(善知識;불도를 잘 알고 덕이 높아 사람들을 교화할 만한 능력이 있는 승려)은 말한다. 이해하려 하지 말고 실제로 자기가 그것을 봐야 한다. 어떤 설명을 붙이더라도 그 설명은 여전히 그림자에 불과하다고.....
‘우리 마음에 번뇌 망상이 일어나면 진리를 제대로 알 수 없다. 이러한 번뇌 망상을 모두 쉬게 하여 그 마음 작용이 그대로 들어 나게 되면 진리를 체득하는 것이다’
그렇다. 알려고 하면 어긋나는 것이다.
어차피 우리 인간은 현상세계에 태어나서 한평생 현상에서 살아가야 한다.
현상세계는 물질이 존재한다. 인간은 그 물질들을 가지려고 마음의 번뇌 즉 욕심이 생긴다. 그 욕심 때문에 살인도 하고 절도도 하고 사기행각도 벌인다.
욕심이 있는 한 인간사회는 평온이 유지되지 않는다.
인간사회를 평온하게 유지하려면 우리가 진리를 알고 그 진리를 알면 어떻게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지 알게 될 것이다. 진리를 알면 물질에 욕심을 부리지 않고 적당히 살만큼 돈을 벌고 내 분수에 맞게 물질을 얻는다. 그러면 이웃사이에도 다툼이 없고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다.
바쁘게 구경하느라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는 사이 배고픔도 잠시 잊었는데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는 사이 허기가 엄습(掩襲)해 온다. 어두운 극장 안에서 영화를 보면서 가지고 간 빵으로 허기를 달랬다.
오는 길에 Grocery Store에 들러 블랙 엥거스와 여러 가지 야채 등을 사와 아내가 쇠고기 된장국을 끓여서 저녁을 맛있게 먹었다. 오늘은 오랜만에 맥주 한 캔씩 마시면서 우리들의 무사여행과 아들 며느리 두 손자 녀석들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건배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