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미국대륙횡단 여행기 2 ; 다섯째 날(1) : 2016. 5. 29(일) - White Sand(흰모래사막)를 구경하다.
5. 다섯째 날 : 2016. 5. 29(일).
◯ White Sand(흰모래사막)를 구경하다.
- 약 3km를 걸어 들어갔다가 사람들이 없어 두려워 다시 돌아오다 -
(동영상속의 양산 쓴 조그마한 사람이 필자의 아내다)
오늘은 내 생일인가보다. 여행하면서 생일도 잊고 있었는데 카톡으로 며느리한테서 문자가 왔다. “오늘이 시아버지 생신인데 캐나다로 오시면 그 때 미역국을 끓여드린다”는 것이다. 나의 고향은 강원도 동해시(옛 지명은 삼척)다. 그곳 삼척 지방은 가족들의 생일을 잘 챙기지 않는 것이 관습인 것 같다. 아마도 6.25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생활이 어려워 가족들의 생일을 일일이 챙기기 힘들어서가 아닐까? 이런 저런 이유 때문인지 모르지만 이 나이 먹도록 기억에 남은 생일 파티를 제대로 해본 적이 없다.
생일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군 생활 하면서 유독 자기 생일을 꼬박 꼬박 잘 챙기던 전우 한사람이 생각난다. 70년대 초 무렵 내가 강원도 인제에서 군대생활을 했는데 그 인제라는 곳은 ‘인제’ 가면 언제 오나 ‘가로리’가 가로막혀 ‘원통’해서 죽겠네’라는 군인들 사이에 유행하던 최전방 사단이 위치한 원통 조금 못 미쳐 인제라는 군청 소재지가 나온다. 그곳 소양강이 흐르는 리빙스톤교(Bridge) 바로 옆 군부대에서 3년 동안 군 복무를 했었다. 지금은 서울 양양 간 고속도로가 뚫여 2시간이면 인제까지 갈 수 있다. ‘인제’ ‘가로리’ ‘원통’은 모두 강원도 전방에 있는 지명이다. 60∼70년대 전방으로 전출 가던 군인들의 두렵고 애환이 서린 유명한 말이다.
어느 추운 겨울날, 저녁 점호가 끝나고 모두들 취침에 들어갔는데 잠시 후 충북 괴산이 고향인 김병장이 나와 옆 동료 몇 사람을 깨우더니 막사 뒤 패치카로 가자고 한다. 의아해 했지만 다른 동료들의 잠을 방해할까 조심조심 일어나 김병장을 따라갔다. 그랬더니 패치카에서 김이 무럭무럭 나는 반합을 꺼내더니 그 속에서 삶은 돼지고기를 꺼내어 나누어 먹자고 한다. 오늘이 무슨 날이냐고 물으니 자기의 귀빠진 날이란다. 군대 생활하면서 이렇게라도 자기 생일을 챙기려는 친구가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암튼 그 친구 생일 덕분에 군 생활에서는 맛보기 힘든 삶은 돼지고기를 맛있게 먹은 기억이 45년이 지난 지금도 너무나 생생하다.
그래도 우리 집 새 식구 며느리가 들어와 시아버지 생일을 챙겨주니 기특하다. 더군다나 요즘 아이를 낳기 싫어하는 세상에 든든한 손자를 둘씩이나 낳아 할머니 할아버지 품에 안겨주니 이보다 더 고마운 일이 어디 있겠는가? 며느리가 기특하고 마냥 고맙기만 하다.
여행 중에 며느리 덕분에 잠시 옛 추억에 빠져보았다.
우리가 머물고 있는 호텔은 지대가 높은가보다.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열고 전망을 보니 앞에 확 트인다. 멀리 보이는 산도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어제 저녁 걸어서 Grocery Store를 찾아가는데 가슴이 답답하고 갑자기 시야가 흐릿해 진 것이 고도가 높아서인가 보다. 자료를 찾아보니 표고 1,100m라고 한다. 주변은 건조한 고원지대로 연 강수량은 200mm가 조금 넘으며 연중 맑은 날씨는 300일이 넘는다고 한다. 이러한 기후로 인해 ‘태양의 도시(The Sun City)’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우리가 이틀 동안 머무는 동안에도 날씨가 매우 화창했다. 인구는 50만이 넘는 텍사스 주에서는 6번째, 미국 전체로서는 21번째로 인구가 많은 도시다.
엘파소에서 화이트 샌드까지는 120km 남짓 교통체증이 없다면 1시간 30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이것저것 준비하느라 10시가 다 되어 출발했다. 봄 철 5∼6월에 여행하면 여러 가지 좋은 점이 많다. 특히 낮 시간이 길어서 구경을 많이 할 수 있고 로드 트립을 한다면 더 많은 거리를 이동할 수 있다. 저녁 8시까지는 밝으니 아침에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 지난해 10월에 미국 로드 트립을 할 때는 오후 5시만 되면 어둑어둑해지므로 오후 4시 이전에 관광과 운전을 끝내야만 했다.
그래서 아침시간은 늘 바쁘고 서둘렀어야 했다. 이번 여행은 오전 10시에 출발하여 오후 8시에 돌아와도 10시간을 밝은 낮 시간대에 움직일 수 있다.
- 화이트 샌드 가는 길 -
11시 조금 넘어 화이트 샌드에 도착했다. 멀리서 보이는 화이트 샌드는 흰 눈으로 착각할 정도다. 차들이 흰 눈을 휘날리며 빨리 달리는 모습이 신기할 따름이다. 우리도 흰 눈 아닌 흰 모래를 휘날리며 방문자 센터를 향하여 조심조심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