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대륙횡단 - 스물두 번째 날 ; 2015. 11. 10(화). - LA에서 Death Valley로 가다.
22. 스물두 번째 날 ; 2015. 11. 10(화).
◌ GPS 때문에 시간을 낭비하다.
◌ LA에서 데스 벨리를 가다.
◌ 데스 벨리의 일정 단축
가. GPS 때문에 시간을 낭비하다.
아침에 데스 벨리로 출발할 때 Hollywood 간판을 가까이서 보기 위하여 GPS상의 Hollywood view point를 검색하여 입력하고 GPS가 안내하는 데로 운전했다.
아침 러쉬 아워 시간이라 차량들이 무척 정체되었다. 약 40∼50분을 가다 서다를 반복한다. 한참을 가다가 GPS에서 목적지 도착이라고 안내한다. 좀 황당했다. 어제께 다녀간 시내에서 Hollywood 사인이 가장 잘 보인다는 Hollywood View Point가 있는 헐리우드 & 하이랜드다.
미국에서 지리를 잘 모르면서 GPS만 믿고 운전했다가는 큰일 난다. 시간만 낭비하고 Hollywood 간판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도로를 찾지도 못하고 아니 Zip Code가 나오는 주소를 알 수 없으니 찾아 갈 수도 없다.
우리는 찾는 것을 포기하고 GPS에 데스 벨리를 검색하여 입력한 후 우리의 다음 목적지 Amargosa Valley로 향해 달렸다. 괜히 귀중한 아침 시간 1시간 만 낭비했다.
나. LA에서 데스 벨리를 가다.
한국에서 여행계획을 세울 때 관광지를 목적지로 하여 구글 지도를 이용하여 일정을 짜다보니 데스 벨리가 라스 베가스 보다 약간 북쪽에 위치해서 라스 베가스 – LA – 데스 벨리로 루트를 정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라스 베가스에서 데스 벨리까지는 198km로 2시간 남짓 걸린는데 우리는 라스 베가스에서 LA까지 와서 다시 LA에서 라스 베가스로 가는 15번 고속도로를 이용하여 데스 벨리로 가는 루트를 정했기 때문에 사막을 가로 질러 200km 이상을 더 달려야 했다.
LA에서 데스 벨리를 입력하고 고속도로를 달리는데 어쩐지 본 듯한 도로를 계속 달린다. 이정표도 계속 라스 베가스가 나오고... , 미리 이곳 지리를 잘 알았더라면 라스 베가스에서 데스 벨리를 먼저 다녀오고 LA로 가서 요세미티로 가는 일정을 짰으면 휠씬 시간과 운행거리를 단축할 수 있었는데 이것이 무척 아쉬웠다.
사막 가운데 있는 데스 벨리의 숙소 사정은 그리 좋지 않기 때문에 불편을 싫어하는 사람은 라스 베가스에서 당일치기로 다녀가도 된다.
암튼 우리는 북쪽 라스 베가스까지 다가서 GPS가 서북쪽으로 가라고 안내한다. 도중에 도로변에 주유소가 있어 연료를 가득 채우고 아내와 운전을 교대했다. 2시간 이상을 우리 차 한대만 시속 100km이상을 달린다.
아내가 운전하는데 잔뜩 긴장한 얼굴이다. 사방은 황무지 사막이다. 사하라 사막이나 고비 사막 같은 모래만 있는 사막이 아니고 작은 풀도 있고 모래도 있도 크고 작은 돌들도 있다.
갑자기 사막 한가운데서 GPS가 목적지 도착이라고 안내한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폐가 몇 채가 보이고 오래 전에 문을 굳게 잠군 마트가 눈에 보일 뿐이다. 멀리 떨어진 도로 건너편에 보이는 건물 마당에 차량이 몇 대 보인다. 그 곳으로 차를 돌려 주차장으로 들어갔더니 Casino Inn이라는 우리가 찾던 숙소 이름이 나온다.
데스 벨리로 온 것 자체는 평생 잊지 못할 추억거리가 되겠지만 미리 이런 열악한 환경이라고 알았더라면 결코 오지 않았을 것을 그냥 동 – 서 횡단으로 워싱톤 DC에서 LA까지 만으로 대륙횡단을 하였어도 우리가 큰일을 해낸 것이고 지금쯤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을 텐데....
다. 데스 벨리의 일정 단축
숙소에 짐을 들고 들어가니 아내는 아직도 가슴이 두군 거리며 무섭다고 했다. 3박 4일 예약 한 것을 하루 취소하자고 한다. 멀리 미국까지 와서 사소한 일로 아내와 다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아내가 하자는 대로 카운터에 가서 물어보고 직원이 환불해준다면 그렇게 하자고 했다.
아내가 다시 카운터에 가서 하루 일찍 나가겠다고 하니 직원이 흔쾌히 그러라고 한다. 오전 11시 이전에 나가면 환불해 주겠다는 약속을 받고 이틀만 자기로 했다.
방안에 들어가 보니 냉장고도 없고 전자레인지도 없고 불편하기 짝이 없다. 물론 예약할 때 호텔 숙소 조건을 확인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막상 와서 눈으로 확인해 보니 여기서 3일 밤을 지낼 일을 생각하니 앞일이 막막하였다.
우리도 숙소 예약할 때 사막 한가운데 건물이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Casino라는 단어가 들어가 무슨 Casino 촌에 저렴한 숙소가 있는가 보다 그렇게 생각했을 뿐이다. 밤에 문 밖을 나가보니 사방에는 불빛이 하나도 보이지 않고 어둠만이 오직 내 주위를 감쌀 뿐이다.
저녁식사는 LA에서 사가지고 간 컵라면과 햇반을 아내가 호텔 주방에 설치된 전자레인지를 이용해 조리를 해 와서 방안에서 해결했다.
아직 1주일 여정이 남아있다. 내일 걱정은 내일하기로 하고 내일 우리들 눈앞에 펼쳐질 죽음의 계곡을 상상하면서 잠자리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