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대륙횡단 - 열한 번째 날 ; 2015. 10. 30(금). 로체스터-미첼간 I-90 고속도로, Black Angus 고기로 만찬
11. 열한 번째 날 ; 2015. 10. 30(금).
○ 미국 북부(로체스터-미첼) I-90 고속도로를 마음껏 달리다.
○ 검은 소(Black Angus) 송아지 고기로 저녁 식사를 맛있게 하다.
○ 주유소에서 주유하는 요령
○ 내일의 날씨 걱정
○ 미국의 거리 이름
가. 미국 북부(로체스터-미첼) I-90 고속도로를 마음껏 달리다.
I-90의 I는 Interstate의 약자다. 즉 주(州)를 통과하는 90번 고속도로라는 뜻이다.
오늘로 벌써 Road Trip을 시작한지 열 하루째다. 1/3이 지난 셈이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듯이 여러 가지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그래도 시간은 흘러간다. 시내에서 연료를 가득 넣고 아침 10시 조금 지나 로체스터를 향하여 출발했다.
이제는 차에 연료를 넣는 것도 익숙해졌다. 아내가 주유기 번호를 보고 가게에 들어가 Regular라고 Gas등급을 말하고 값을 지불하고 나에게 손가락으로 OK 사인을 보내면 나는 차의 주유 두껑을 열고 주유기를 넣고 연료를 넣기 시작한다. 딱 소리가 나면 주유기를 원위치 시키고 아내는 잔돈을 거슬러 받고 차로 돌아온다.
지평선만 바라보고 일직선으로 쭉 뻗은 고속도로를 앞만 보고 달린다. 도로 양 옆으로는 수확철이 지난 밀 밭, 옥수수 밭, 풍력발전소 등 풍광이 시시각각으로 변한다. 제한속도가 80mile 인데 많은 차들이 그 이상의 속도로 과속을 하며 무섭게 우리 차 옆을 씽씽 지나간다.
- 곡식을 거둬들인 후의 황량한 벌판과 어우러진 풍력 발전소 -
아내가 2시간 이상을 운전했기 때문에 도중에 내가 교대를 해주었다. 오늘 숙박지인 미첼을 68km를 앞두고 비가 억수 같이 퍼 붙는다. 비가 오는데도 과속하는 차들이 많다. 나는 안전하게 달린다. 그래도 속도계기판을 보니 시속 90∼100km다. 기차처럼 긴 화물차도 75∼80mile로 달린다.
미국이란 나라는 정말 엄청나게 넓다. I-90번 고속도로를 달리는 동안 흐렸다. 개였다. 비가 오다 등을 반복한다.
- 금방이라도 비가 올 듯한 고속도로 -
미국을 축복 받은 땅이라고 하지만 이곳 북부지방은 허허벌판이 계속 이어진다. 아마 추수가 끝난 후라서 그런지 황량한 들판뿐이다. 미국인들은 하느님으로부터 축복받은 땅을 얻은 것이 아니라 강을 막아 땜을 건설하고 도로를 만들고 철로를 놓고 전신주를 세우면서 황량한 넓은 대륙을 축복받은 땅으로 만들었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미국에서 운전할 때 고속도로가 곧게 뻗은 탓도 있지만 전혀 속도 감각이 느껴지지 않는다.
우리나라 중부고속도로를 달릴 때 최고 제한속도가 110km이며 120km를 달리면 굉장한 속도 감각을 느끼는데 이곳 미국에서는 75mile의 75라는 숫자 때문인지 도무지 속도 감각이 없다. 80mile도 그렇다. 80mile이면 시속 128km다. 굉장한 속도가 아닌가? 계기판에 80이라는 숫자를 보면 내가 시속 128km로 달리고 있다는 느낌도 생각도 없다.
- 푸른 하늘과 맞닿아 있는 고속도로 -
나. Black Angus(검은 소)의 Veal(송아지 고기)로 저녁 식사를 맛있게 하다.
미첼 숙소에 도착하니 비가 조금씩 멈추기 시작한다. Check in하고 짐을 방안으로 모두 옮기고 카운터에 가서 저녁 식사할 식당을 추천해 달라고 했더니 약 1mile가량 마을로 내려가면 Steak하는 식당도 있고 멕시코식 음식을 하는 식당도 있다고 한다. 마을로 내려가는데 초행길이라 1mile도 무척 멀게 느껴진다. 그도 그럴 것이 1mile이면 1km가 아니고 1.6km가 아닌가?
몇 불럭을 지나갔는데도 식당이 나오지 않는다. 할 수 없이 마을 주민에게 물었더니 다음다음 신호등에서 우측으로 가면 식당이 많이 나온다고 알려준다.
알려준 대로 내려가 보니 식당이 많이 눈에 띄었다. 그 중 도로변에 크게 Steak라고 쓰여 있는 식당이 보인다. 오늘 저녁은 steak로 영양 보충을 좀 해보자.
식당에 들어가 보니 밖에서 보는 것과는 달리 홀이 굉장히 넓어 보이고 방도 여러 개 있었다. 우리는 창가로 좌석을 달라고 하여 창가에 앉았다. 우리보다 조금 늦게 들어오던 미국인이 우리보고 제일 좋은 자리에 앉았다고 웃으며 말한다.
아내는 6온스 $12, 나는 12온스 $24 짜리 steak를 주문했다. 스프도 나오고 흰 쌀밥으로 만든 볶은밥도 나왔다. 서울의 고급 레스또랑에 온 기분이다. 내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먹어본 중에 가장 맛있게 먹은 steak였다. 우리가 road trip을 하면서 오다 본 들판에 여유롭게 풀을 뜯고 있었던 검은 소의 새끼 송아지 고기를 먹었다. 다 먹고 나서 문뜩 검은 소의 새끼 송아지가 불쌍한 동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집은 음식 맛이 너무 좋아 특별히 명함을 얻어왔다. 주소에 Zip Code가 있기 때문에 GPS에 입력하면 수월하게 식당을 찾을 수 있다. 우리는 주소를 몰라 차를 가지고 가면 헤맬 것 같아 걸어서 찾아갔다.
다. 주유소에서 주유하는 요령
이제 주유하는 요령도 많이 익숙해졌다. 연료 계기판이 1/2정도 되면 주유소를 찾아 아내가 차에서 내려 가게에 들어가 $15정도의 돈을 지불했다고 사인을 하면 내가 주유하고 거스름돈이 있으면 아내가 거스름돈을 받아온다.
미국은 거의 대부분이 Self 주유소다.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신용카드를 이용하여 셀프 주유를 한다. 우리처럼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방법을 잘 모르면 현금을 지불할 수밖에 없는데 그런 경우에 차를 떠날 때는 꼭 차문을 잠그고 가게에 가서 돈을 지불해야 도난의 위험을 방지할 수 있다. 우리는 내가 주유기 옆에 차를 주차시키고면 아내가 가게에 들어가 돈을 지불하곤 했다.
실제로 미국에 와서 주유하기 위해 고속도로 주변의 주유소에 들러보면 주유소 분위기는 한적하다. 미국은 땅이 넓기 때문에 특히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차들이 분비지 않는다. 자연히 주유소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지 않고 주유소가 한적하다. Self 주유이기 때문에 누가 차문을 열고 물건을 가지고 가도 주변에서 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혹 물건을 훔쳐가는 사람을 보았다고 해도 한적한 고속도로를 달려 다른 주로 도망가 버리면 잡을 길이 없다. 목격자가 적극적으로 협조해줄 것을 기대할 수도 없다. 혼자서 운전하는 경우라면 반드시 차 문을 잠그고 차 곁을 떠나는 것이 좋다.
그런데 실제로 주유기에서 주유기를 뽑아 주유하는 방법은 주유소 마다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여행 오기 전에 여행책자에서 보고 온 것이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모르면 직원에게 도와 달라고 하면 돈을 더 받지 않고 친절히 도와주기 때문에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모든 것을 다 알고 여행을 다닐 수는 없다.
화장실 물 내리는 방법도 모두 다르다. 숙소의 방에 있는 커튼도 올리고 내리는 방법이 다르고 심지어 방에 설치된 전깃불도 켜고 끄는 방법이 모두 다르다.
모든 것을 미리 알고 오는 것이 좋긴 하지만 이렇게 다양한 방법을 다 알 수는 없다. 굳이 그렇게 알려고 애쓸 필요도 없다. 그냥 와서 터득하면 된다. 모르면 주인한테 물어보고 또는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도 보고 현지에 와서 부딪혀 보며 그때그때 터득하면 된다. 이런 것이 여행의 묘미가 아니겠는가?
다. 내일의 날씨 걱정
내일은 데빌스 타워와 마운트 러시모아의 대통령 얼굴 조각상을 보러가기로 되어 있는데 날씨가 걱정이다. 날씨가 나빠 비가오던가 구름이 많이 끼면 조각상을 볼 수 없다고 하는데...
날씨가 여행하는 데는 가장 중요한 변수다.
그래서 카운터 직원에게 이곳 내일 날씨는 어떤지 물었더니 자기 cell phone을 꺼내서 확인 하더니 내일 날씨는 좋을 거라고 한다. 날씨가 좋은 것도 운이다. 평소에 좋은 일을 많이 하여 운이 나에게서 달아나지 않도록 살아야겠다.
CNN 방송에서 일주일 날씨예보를 미리 한다고 하니 휴대폰으로 확인하는 방법을 직접 터득하여 앞으로는 우리가 직접 확인해볼 작정이다.
미국과 같이 넓은 대륙을 Road Trip할 때는 계절의 선택도 중요하지만 날씨도 매우 중요하다. 우리의 여행일정은 10월 20일부터 11월 17일까지인데 Utah주를 지날 때(11월4일)는 비도오고 눈도 오고 또 그랜드 캐니언을 갔을 때(11월 5일)는 하루 전날 함박눈이 내렸고 요세미티 국립공원을 가던 날의 도로 사정은 온통 빙판길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미국 Road Trip의 최적기는 성수기가 아닌 비수기 4월이 가장 좋을 것 같다. 11월은 해가 짧고 지역에 따라서는 눈이 오거나 영하로 내려갈 확률이 아주 높다.
우리는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 11월로 정했지만 그래서 겨울에 눈이 많이 오는 동북부 지방을 먼저 시작한 것이다. 11월 초에 마운트 러시머아와 데빌스 타워를 갔다 왔지만 북부지방의 사우스다코타를 지날 때는 늘 눈 걱정을 했다. 다행히 날씨가 좋아 고생은 안했다.
라. 미국의 거리 이름
미국의 거리 이름에는 Street가 가장 많이 쓰이고 다음으로 Avenue, Road, Boulevard’ 등이 쓰인다. Way는 거리가 굽어진 모양으로 있을 때 흔히 쓰인다고 하고 고속도로는 Highway 라고 한다.
예컨대 우리가 라스베이거스에 묵었던 숙소 ‘베스트 웨스턴 매캐런 인’의 주소는 ‘4970 Paradise Road, 라스베이거스, NV 89119’이다.
‘4970’은 집이나 건물의 번지수를 말하고 거리 이름은 ‘Paradise Road’
‘라스베이거스’는 도시이름, NV는 Nevada주를 일컫는다. ‘89119’는 Zip Code다.
미국은 워낙 넓어서 도시이름을 다른 곳에서는 거리 이름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는 데빌스 타워를 관광하고 와이오밍주의 선댄스라는 도시에서 하루밤을 잤는데 그곳 호텔 주소가 '218 East Cleveland Street, Sundance, WY 82729, 미국'이다. Cleveland는 '영국 잉글랜드 동북부의 주 이름'인 동시에 '미국 Ohio 주의 항구도시이며 공업도시'이다.
위 명함에 쓰여 있는 주소의 거리이름은 ‘East Havens’다. 왜 하필 Haven이라는 단어를 썼을까 궁금했다. Haven의 우리말 뜻은 ⓵항구, 정박소. ⓶안식처, 피난처 등이다. 미첼은 내륙 지방에 위치해있기 때문에 항구와는 무관할 것이고 그렇다면 안식처, 피난처와 관련이 있을까?
우리는 위 식당을 오가면서 주위를 살펴보니 장례식장도 보이고 공동묘지도 보였다.
아하!
‘동쪽에 있는 죽은 자들의 피난처가 있는 길’이라는 의미가 담긴 길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