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대륙횡단 - 첫째 날(5) ; 2015. 10. 20(화). 휴대폰(cell phone)을 잃어버릴 뻔 한 사건
라. 휴대폰(cell phone)을 잃어버릴 뻔 한 사건
너무 긴장하고 운전했던 탓에 주차장에서 주차할 때 기어 손잡이를 Parking에 놓지 않고 Drive에 있는 채로 시동을 껐더니 기어 손잡이가 움직이지 않는다. 이곳 저곳을 만져도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 시동도 켜지지 않는다.
휴대폰의 보조등 기능을 이용하여 변속기 주변을 살펴보니 내가 우리나라에서 운전하던 제너시스의 차량에서와 같이 변속기 앞부분 좌측에 조그마한 직사각형이 보인다. 이것을 아무리 눌러도 손잡이가 움직이지 않는다. 제너시스는 그 부분을 손가락으로 누르면 손잡이가 앞뒤로 자유롭게 움직이는데 엘란트라는 아무리 눌러도 손잡이가 꼼짝을 하지 않는다.
한참을 실랑이를 벌이다 어디다 전화해서 물어보나? 옆에 주차하는 사람에게 물어보아도 자기도 모른다고 얼른 자리를 피한다. 아마 우리가 무슨 꿍꿍이수작을 부린다고 생각하나보다. 미국에서는 그런 사건이 많이 발생한다고 익히 들은 바는 있어 이해는 간다.
10여분간 실랑이를 벌이다 어쩐 일인지 손잡이가 앞으로 움직인다. 이것저것 막 만지다 보니 우연히 작동되었는가 보다. 나중에 자세히 살펴보니 미국에서 생산되는 차는 모두 자동이라 이 부분도 터치(touch)하면서 움직여야지 국내 제너시스처럼 힘을 주어서 누르면 작동되지 않는 것 같다,
이미 컴컴해진 주차장에서 50여 미터 떨어진 마트에 가서 카터를 끌고 아내와 같이 쇼핑을 시작하려는데 내 휴대폰이 만져지질 않는다. 주차장을 떠난 지 시간은 7∼8분 흘렀을까? 미국에서 주차할 때는 차안에 돈 나갈 만 한 것은 하나도 남겨두어서는 안 된다는 말을 수없이 들어본 터라 아내에게는 차에 잠간 갔다 온다고 말하고 내 차로 돌아와 차문을 열고 이곳저곳 차안에 휴대폰을 찾아보니 아무 곳에도 없었다. 시트 밑까지 찾아보아도 없다. 황당했다. 이제 여행을 시작도 안했는데 처음부터 이런 일이 발생하면 앞으로의 여행을 망칠 것도 같다.
그런데 기적 같은 행운이 찾아왔다. 운전석 문 옆 주차장 바닥에 희미한 불빛이 보인다. 얼른 주워들었다. 내 휴대폰이었다. 보조등도 끄지 않은 채로 차에서 밖으로 떨어져 나간 것이다. 다행이 보조등이 바닥을 향한 채로 떨어졌고 어두워져서 다른 사람의 눈에 띄지 않은 것 같다. 이 일은 여행이 끝날 때까지 아내에게는 비밀로 부쳐야겠다. 괜히 말해서 잔소리 들을 필요가 없으니까 말이다. 정말 이글을 쓰고 있는 지금 생각만 해도 아찔한 순간이었다.
(다음에 계속)